1. 구지가 논란을 보고 드는 생각.

=한국의 고교 교과과정을 거치고 수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달달 외운 작품 중에 구지가도 있었다. 입시 실적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던(어느 학교가 안그러겠느냐만) 학교를 다녔고, 그 학교 국어 선생님들은 고교 문학교과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구지가 해석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차이가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이번에 문제된 구지가의 해석이 그 다양한 이견 중 고등학생이 반드시 알아야하는 견해였다면 분명 나의 고교시절 수업시간에도 한번쯤은 다뤄졌을 것이다.
교과과정에서 주로 다룬 구지가 해석은 <구지가는 제의적 성격의 주술적 노래이며, ‘거북’은 비범한 존재, ‘머리’는 우두머리로 우두머리의 출현을 소망하는 노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구지가의 배경이 되는 가야의 건국설화와도 아귀가 맞는 해석이라 아마 책에 실려 있었을 것이다. 물론 ‘거북의 머리’가 남근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구지가 해석에 대한 모든 견해를 다 알 필요가 없듯(당연히 고전문학의 해석은 학자마다 견해차가 갈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한국 고교의 문학 시간이 그 견해차를 다 가르칠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왜 하필 시험에도 안 나올(수능에 남근 어쩌고가 나올리가 없다) 구지가의 ‘그 해석’을 부각한 건지 모르겠다.

=또 문제가 된 것은 춘향전. 구지가까지는 이번에 문제가 된 해석이 실제 존재하는 학설이기 때문에 고교 수업에서 언급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춘향전 문제는 또 다르다. 이모 교사는 "이몽룡이 '춘향이의 다리'에 반했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을 뿐인데 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생들의 의견을 취합한 학교 측은 “춘향이가 기생이라 치마 안에 속옷을 입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는 등 발언이 지나쳤다”고 했다. 후자면 당연히 정신나간 발언이고 교사 말마따나 전자여도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왜 춘향이의 다리에 굳이 방점을 찍었을까. 게다가 교사가 스스로 공개한 발언 내용에도 ‘춘향이 속옷을 입지 않아’ 대목이 포함돼 있다.

[...전략... 춘향전에는 춘향이 그네 타는 모습을 마치 선녀의 모습이라니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래서 당시 지도교수였던 최래옥교수님께 여쭤봤더니 당시 여성들은 속곳을 입고 다녔다. 지금처럼 속치마를 입듯이. 그런데 가난한 여인들이나 기생은 속곳을 입지 않았다. 춘향이는 변학도에게 수청을 거부하고 감옥에 갇히면서 기생이 아닌 춘향으로 변모한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동굴에서 여자로 변신하듯이 그런데 이몽룡이 춘향을 처음 만났을 때는 기생인 춘향이었기에 속곳을 입지 않았다. 그네를 탈 때 멀리서 다리가 보였을 것이다. 그 다리에 반했을 것이다...후략]

이게 고교 수업용으로 과연 적절한 수준인가

=이 사건에 대해 인천의 모 지역 언론이 과도하다 싶을만큼 편파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교사의 입장만을 담은 최초 보도를 했고(학생 측 반론 없음), 이 학교 졸업생들이 구명운동에 나섰으며, 이 교사의 SNS에 어떤 글들과 댓글이 달리는지 등등. 그리고 이 기사들을 우라까이한 기사들이 포털에 걸렸다.

최초로 보도한 매체의 기사들이 맹목적이다 싶어 찾아보니 이 교사는 10년 전부터 몇달전까지 이 매체의 고정 필진이었다.



2. 선녀와 나무꾼

=나무꾼은 선녀들의 목욕탕을 훔쳐봤다. 목욕탕으로 볼수 있을지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목욕탕으로 볼 경우 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장소 침입. 성폭법 위반한 성범죄자가 맞지 않나.

=나무꾼은 선녀의 날개옷을 훔쳤다. 이건 뭐 빼박 절도.

=선녀는 나무꾼에게 날개옷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나무꾼은 날개옷을 돌려주지 않고 자신과 결혼해달라고 했다. 아이 둘을 낳은 선녀가 ‘이제 날개옷을 입어보고 싶다’라고 한 것으로 보아 선녀는 나무꾼이 애초에 날개옷을 감춘 것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알몸으로 마주친 낯선 남자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받은 선녀가 아무런 협박을 받지 않은 상황이라고 잘라말할 수 있는가.
+결혼을 위한 약취 유인

나무꾼이 성폭행범이 될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성범죄를 포함한) 범죄자임은 분명하다. 여가부는 게임이나 대중가요 규제 대신 이런 싸이코범죄물을 규제해야하지않나. 아님 나무꾼이 선녀 쫓아가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권선징악적 결말을 높이사 풀어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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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지막 황제’를 너무나도 감명깊게 본 터라, 베이징에 간 김에 올로케 촬영지인 자금성은 꼭 보고 싶었다. 자금성에 입장하려면 사전 예약을 해야했다. 중국 핸드폰이나 신용카드나 은행계좌가 없는 외국인이 무척 예약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베이징을 찾는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배려해야하지 않냐고? 자금성은 그딴거 없었다. 결국 결제 때문에 쌩쇼를 하다가 예약 못해서 못 들어갔다.

‘아니 외국인이 이렇게 많이 찾는 중국의 대표 문화유산에 입장하기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놨지?’

그딴거 신경 안쓴다는 태도가 참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어떤 면에선 중국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쌩쑈 끝에 쌍욕을 하고 예매를 포기하면서도 ‘그래 이거 관리하는거 중국이니깐 치사해도 참는다’하고 말았다.

어제 덕수궁에 갔었다. 수문장 교대하는 시간에 가서 입장하는데 줄을 섰고, 관광주간이라 입장료를 깎아줘서 그런가 사람도 평소보다 많았다.

덕수궁을 돌다가 석조전에 사람들이 드나드는 모습을 보고 오!!하고 달려갔는데, 바로 입구컷 당했다(사진 참조). 입구컷... 참 오랜만에 써보는 말이지만 말그대로 입구컷.



예약을 안하고 와서 입구컷 당한거야 어쩔 수 없다. 만 65세 이상 노인은 미예약 입장이 가능한건 이해한다. 그분들에게 인터넷 예약하고 오라는건 오지 말란 얘기랑 똑같을 것이다. 근데 왜 외국인은 65세 이상 시니어랑 동급으로 미예약 입장이 가능한지 좀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전시관이 대한제국 역사관이라면 내국인이 더 관심있어할 소재가 아닌가 싶은데. 지금 들어가보니 덕수궁 영문 홈페이지가 참 허접해서 영문 예약페이지가 갖춰져있지 않긴하다. 진짜 외국인 관광객을 덕수궁으로 불러모으고 싶으면 저따위로 배타적인 미예약 입장 대신 영문 홈페이지나 어떻게 해주지 좀...

생각해보니 매년 가을 창덕궁 후원 예약할 때도 이와 유사한 빡침을 겪었다. 창덕궁 후원은 외국인 입장 시간엔 아예 예약이 안된다. 심지어 외국어 관람 시간엔 내국인 예약이 불가능하다고 예약페이지에서 제일 잘보이는 곳에 빨간 글씨로 딱 하고 박아놨다.

내국인 시간 예약하는 건 거의 수강신청 마냥 피터지게 힘든데(어느 정도냐면 창덕궁 서버가 터져서 홈피가 안 열린다), 영어 일어 중국어 시간엔 널럴 남아돌때가 많다.

참 이런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보장해주면서 전국 곳곳을 다니며 내국인이라고 받아본 편의는 어제 관광주간이라고 입장료 500원 깎아준 거라니 참 ㅋㅋ기분이 묘하다.

최근 5년간 돌아다닌 나라 기준으로 생각해봤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 독일, 일본, 중국, 캄보디아 등등 선진국 개도국을 막론하고 외국인 입장에서 이런 편의를 제공 받아본 적은 없었다.

오히려 유럽 국가의 경우 만 26세 이전엔 EU 국민에게만 입장료 할인을 해주고, 캄보디아는 앙코르왓 들어가는데 외국인이라 20불이나 걷는다(내국인은 무료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헬브룬궁전은 창덕궁 후원처럼 가이드투어로만 입장이 가능했는데, 영어 투어라고 외국인만 입장시키지 않았다(실제로 투어 일행에 오스트리아 사람도 있었다).

창덕궁이나 덕수궁이나, 문화재청은 왜 이런 종류의 외국인 우대책을 내놓은 걸까. 그 이유가 어찌됐건 결과물을 보면 긍정적이기보단, 스스로 매력에 자신없어서 가치를 후려치는 것마냥 보인다. 조금 비굴하게 느껴질 정도다. 차등적인 불편을 겪게 돼서 내국인 입장에서 짜증남은 덤이다. 최근 5년간 위에 열거한 나라들의 주요 관광지를 대부분 갔었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내국인이라는 이유로 빗장을 걸고,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문을 활짝 연 환대를 받아본 적은 없다. 그 반대에 가까운 경우는 있어도.

결코 올해 창덕궁 예약을 못한거 때문에 짜증이 폭발해서 이러는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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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자만 보면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에 시달린다. 어느 정도냐면 신문사 입사시험을 볼때 애초에 한자 문제는 버리고 딴걸 더 맞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KBS ‘한국어’능력시험에도 한자문제가 두어개 나왔다. 입사시험을 볼 때마다 객관식 한자문제가 나오면 모조리 3번으로 찍었다. 주관식은 당연히 못풀었고...

회사에 다닐 때도 한자에 시달렸다. 전직장은 일할 때 한자 병기를 할 때가 많을뿐더러, 내근 들어가면 아침에 내근자가 그날의 당번들 이름을 한자로 화이트보드에 써놓곤 했다. 그날 같이 당번서는 선배들 이름에 획수가 많으면 아침부터 짜릿한 멘붕이 닥치곤 했다.

당연히 나에겐 그분들의 한자 이름을 한번 쓱 보고 쓸 능력따위 없으므로, 잔머리를 좀 굴렸다. 회사의 사보 DB를 뒤지면 인사 발령 난 공고들이 있다. 거긴 다 이름을 한자로 적었다. 몇번은 그 페이지에서 적어야 할 사람 이름을 찾은 다음, 프린트해서 화이트보드에 이름을 그렸다.

어느날 아침, 데스크 중에 조금 일찍 출근하신 옆부서 모 차장이 "아이고 네놈은 한자를 완전히 그리는구나"라고 하셨다. 그분의 이름 마지막 글자가 획수가 아주 많다

잔머리를 조금 더 굴렸다. 사보에서 찾은 한자 이름을 스쿱(기사 작성프로그램)에 복붙해서 96포인트로 늘렸다. 같은 부서에 한살 많은 이모 선배가 "노안이 온 오려나"면서 맨날 스쿱에서 글씨를 40포인트 가까이 늘려서 작업하는 걸 보고 착안한 것이었다. 96포인트로 늘린 한자 이름은 베껴적기 아주 깔끔하고 좋았다. 아침에 내근 서러 오면 차분한 마음으로 한자 이름 세개를 뽑았다. 내근자, 야근자, 상원야근.

어느날 아침에도 경건한 내근자의 마음으로 글씨를 적어넣었는데, 당시 법조데스크였던 선배가 출근해서 화이트보드를 쓱 보더니 물었다. "너 한자 쓸 줄 몰라서 완전히 그림을 그렸구나". 그날의 야근자 이름이 문제였다. 마지막 글자 획수가 많아서 글자의 획들이 중심을 잃고 마구 난장판이 난 것이었다. 어째 그리면서도 중심이 안 맞는다 했다... (그날의 야근자는 지금 우리집에 살고 계신다. 법무부 장관님과 동명이인이기도 하다)

그놈의 한자는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온 지금도 나를 괴롭힌다. 아 그래 생각해보니 내가 학부 다니면서 법대에 가지 않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가 사시 준비하는 친구 김모씨가 '한번 볼래?"하고 던져준 시험용 법전을 봤을 때였다. 보고 바로 덮었었는데 그때... 나는 내가 또 한자 때문에 고통스러워 할 줄은 몰랐다.

지난 겨울 로스쿨에 붙고나서 고등학교 친구 T를 만났다. T는 나만큼은 아니지만 한자에 약한 아이었는데, 로스쿨에 다녔고, 그때 막 변호사시험을 치른 직후였다. "뭐가 처음에 제일 힘들었느냐"를 묻는데 여러가지가 나왔는데 그중 하나가 "시험용 법전 찾는데 한자 해독을 못해서 빠릿빠릿하게 못 찾을때가 힘들었어"라고 했다. 나는 그제서야 아차 싶었다.

오늘 중간고사가 끝났다. 공부했던 것들이 잠시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간 것은 지난 1학기 때와 마찬가지인 것 같고, 그래도 중간고사 기간 중에 임팩트가 세게 남은 순간이 몇 있다. 아직까지 배운게 별로 없는지라, 법전을 현란하게 검색할 일이 별로 없는데(배운 조문이 몇개 없어서. 예를 들어 민법이면 이번 시험범위가 750조-764조 이내에서 커버됐다는 소리다), 형법 같은 경우엔 좀 다르다.형법전은 중형부터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나름의 카테고리를 묶어서 각론부분이 진행된다. 가령 형법 제250조가 살인죄에 대한 내용인데, "第24章 殺人에 대한 罪"라는 목차가 나오고 그 다음에 250조 살인이 나온다. 그리고 그 밑으론 '嬰兒殺害', '囑託·承諾에 의한 殺人罪'..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당연히 30년간 한자랑 담을 쌓고온 내가 하루 아침에 읽어질 내용이 아니다. 그리고 아직 각론 부분을 안나갔는데도, 답안지에 죄명이랑 죄목 쓰려면 어쩔 수 없이 막막한 형법전에서 읽고 찾아야 한다. 그러니깐 더 환장하겠는 것이었다.

다행히 나보다 1년 먼저 대학원에 갔다고 큰 도움이 되어주고 있는 갓박아름님께서 "시험용 법전 맨 뒤에 펼치면 공소장 기재용 죄명 일람이 있다"고 알려줘서 이번 중간고사는 무사히 지나갔다. 약간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형법250조 살인, 251조 영아살해, 252조 촉탁승낙에 의한 살인이 모조리 한글로 적혀있다!!!

아 원래 하려던 말은 이런 우울한 중간고사랑 형법 얘기가 아니었다.

한자를 눈에 담을 때마다 이렇듯 울렁거리는데, 스무살 넘어서 만난 사람들에 믿는 사람은 별로 못봤지만 난 외고 중국어과를 졸업했다. 내가 고등학교에 가던 2004년은 한참 중국이 뜰때였고, 중국어를 배우면 장및빛 미래에 좀 보탬이 될 줄 알았던 때였다. 영어를 좀 하니깐 중국어도 금방 배우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중국어과를 1지망에 썼다. 심지어 정시에서 뽑는 인원도 몇명 안됐다는데... 그냥 다른 과 보내주지... 여튼 그렇게 중국어과에 갔다.

고등학교 오티에 갔는데 누군가가 중국어 선행학습이 필요하단 얘기를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동네에 있는 '카이신 중국어학원'에 다녔다. 여선생님 목소리가 정말 예쁘고 발성이 좋았다. 다른 외고에 붙은 중학교 동창 남자애랑 그 학원에 다닐 때까지 나나 걔나 중국어가 너무 재밌어, 중국어에 소질이 있는 것 같아!-라는 착각을 잠시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갔다. 1학년 때부터 1주일에 10시간 정도 중국어 수업을 했던 것 같다. 불행히도 '어학'에 재능이 있다는 것은 나의 크나큰 착각이었고, 중국어 시간에 나는 서서히 무너져갔다. 음감에 문제가 있는건지 성조 캐치가 그냥 안되는건지 성조가 있는 중국어를 잘 못 따라했다. 회화시간에 전지현을 닮은 중국어 선생님한테 받던 지적이 생각난다. "Ni는 음치예요~? 왜 쓰으랑 쓰!가 똑같아요~?"

회화는 그래도 일주일에 두시간인가 밖에 안했으니깐. 제일 고통스러운 시간은 중국어 독해시간이었다. 워낙 배정 시수가 많다보니깐 양으로 무식하게 때려넣었고, 자꾸 지문이 길어지는데 이미 쏟아지는 한자 텍스트에 나의 눈과 뇌를 연결하는 회로는 맛이 가고 말았다. 정말... 암만 단어 뽑아서 외우고 다시 전체 본문을 봐도 그냥 하얀건 종이고 까만건 글씨인 증상. 중국에 태어났으면 어쩌면 나는 난독증 환자로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1학년 말엔가 2학년 초엔가 암튼 한참 중국어 시수가 많을 때였다. 시험공부를 하느라 난생 처음 밤을 샜는데 중국어 텍스트는 여전히 안 읽히고, 날이 밝아오고 싶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오열했던 것 같다(그리고 그 과목은 뒤에서 5등 안에 들었다).

그래서 누가 나의 중어과 이력을 물어보면 긴장부터 하고 본다. 조선일보 최종 면접을 갔는데, 면접관이 "외고 중국어과를 나왔으면 중국어를 좀 하느냐"고 물어보셨다. 그 짧은 찰나에 고민했다. '어차피 여기서 안 시킬거 같은데 그냥 할줄 안다고 할까, 못한다고 하면 웃긴다고 할 것 같은데' 근데 시켰는데 못하면 진짜 쪽팔릴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솔직히 "졸업하고 중국어 한번도 들여다본 적이 없어서 한마디도 못한다"고 말했다. 큰 영향력이 있는 질문은 아니었던게 분명하다.


아무튼 그런 내가, 오늘! 중간고사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이 스샷에 나온 사이트를 열었다.




부모님이 중국에 살고 계신고로, 내일부터 주말동안 한번 찾아가 뵈려는데, 간김에 자금성에 가보기로 했다. 추석 연휴 쯤엔가 찾아봤을 때 분명 자금성에 들어가려면 현장 매표하면된다고 했는데, 며칠전에 보니 오잉? 현장 매표소 다 없애고 오로지 인터넷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단다.

영어로 gugong, ticket을 구글에 치고 나온 국립고궁박물관 홈페이지는 다행히 영어였다. booking address라고 적힌 링크를 클릭한 순간 오... 갓..

저 화면이 나왔다.

멘탈을 잡고 일단 해독이 가능한 글자를 스캔한 다음, 메인 화면의 숫자가 잔여석, xingqiwu가 금요일, 그 위에 날짜, 상오 하오는 오전오후 이런 정보를 조합해 예매페이지를 배회했다. 중국 핸드폰 번호 인증이 필요하다길래 중국에 있는 아버지한테 연락해 인증번호도 받았다. 구글을 열심히 돌려서 마침내 한시간쯤 지나 결제창에 이르렀다.

아.....................................

결제할 수 있는 카드가 보이지 않았다.
중국공상은행
닝보?은행
상하이은행
etc

은행은 한 열댓개 정도 나왔는데, 그중에 들어본 곳 반 못들어본 곳 반.
알리바바에서 나온 알리페이로 결제하기 옵션이 있어서, 혹시나 하고 알리페이를 깔았는데, 알리페이도 비자나 마스터 카드는 안된단다. 무조건 중국 카드 써야함.

피로가 몰려온다.

결코 시험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Posted by Alix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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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가 7일자 뉴욕타임스에 <While the US Talks of War, South Korea Shudders>란 제목의 칼럼을 썼다.


https://www.nytimes.com/2017/10/07/opinion/sunday/south-korea-trump-war.htm​l​
​​
칼럼의 킬링파트는 바로 이 문단이다.

To the South Korean government, which speaks only of a solution of dialogue and peace in this situation of sharp confrontation,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has said, “They only understand one thing.” It’s an accurate comment. Koreans really do understand only one thing. We understand that any solution that is not peace is meaningless and that “victory” is just an empty slogan, absurd and impossible. People who absolutely do not want another proxy war are living, here and now, on the Korean Peninsula.

작가가 언급한 미국 대통령의 멘트, They only understand one thing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적은 말이다.




트럼프의 트윗에서 문맥상 that their task of appeasement의 their은 한국, 즉 남한 혹은 한국 정부다. 그러나 한강 작가가 칼럼에서 인용한 멘트인 they only understand one thing이라는 문장은 다르다. 아무리 봐도 여기서 they는 appeasement 노력을 헛수고로 만드는 북한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강 작가는 이 문장을 오독해 they를 한국 국민으로 해석했고, 이에 따라 칼럼에서 we do really understand- 같은 문장을 쓴 것으로 보인다.

작가가 칼럼에 적은 문장에 주어로 등장한 we 혹은 koreans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등장한 they, 즉 북한을 포함한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평화가 아닌 그 어떤 해결책도 의미가 없고, ‘승리’는 터무니없고 불가능하며 공허한 슬로건일 뿐이다”라고 주장하는 주체에 과연 북한이 들어갈진 모르겠지만.

만약 they를 헷갈린 거라면 명백한 오독이 빚어낸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이 칼럼은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가 번역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한 작가는 그렇다 치고 영어 원어민인 번역가마저 칼럼에 인용된 멘트를 한번쯤은 찾아보고 확인해볼만한데, 좀 실망스러운 실수다. 하긴 ‘채식주의자’나 ‘소년이 온다’를 통해 본 데보라 스미스의 번역은 실망스러웠다. 그의 영어 문장은 나무랄데없이 유려했고, 영어 번역본은 걸리는 표현 없이 술술 읽을 수 있었지만, 한국어의 주어 생략이나 관용적 표현 등을 이해하지 못해 전혀 엉뚱한 문장을 풀어놓은 것도 여럿 봤다(생략된 주어를 이해하지 못해서 행동의 주체를 바꿔버리는 것마저 번역문학적 허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Posted by Alix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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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의아함

in the cloud 2017. 5. 3. 18:17

추가.

1. 블로그에 '조을선 기자 얼굴'을 치고 유입된 방문자가 있었다. 부끄러운줄 아시라. 얼굴이 왜 궁금하지? 길가다 마주치면 린치라도 하거나 저열한 외모 평가를 할 요량이 아니면 전혀 궁금할 이유가 없는 사항이 아닌가? '사람이 먼저'라는 후보의 지지자로서, 둘중 하나에 해당되는게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2. 박광온 문캠 공보단장은 'SBS를 수사의뢰하겠다'고 했다. 아마 공보단장이니 해당 기사를 여러 차례 읽어보셨으리라고 믿는다. 수사의뢰를 하겠다는게 별 심각할 껀덕지도 없는 이 기사와 문 후보를 더 엮어대는 것 같다. 공보단에서 뿌리는 미담이나 동정 외엔 아예 문 후보의 이름이 언급되는 기사가 싫은 건가? 그렇다면 박 단장은 '재갈 물리기'를 한다고 욕을 먹어도 할말이 없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세계 언론자유의 날'이다.

------------


오늘 가장 뜨거운 떡밥 중 하나가 SBS의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보도인데, 솔직히 문재인 캠프와 문 후보의 지지자들이 왜 그렇게까지 격분하며 난리인지 모르겠다. 어제 8시 뉴스를 보면서도 문캠에서 난리칠만한 일은 아니라고 느꼈는데, 혹시 내가 오독했을까봐 다시 삭제된 기사를 찾아 읽어보았다.

------이하 전문---------

<앵커>

세월호 선체조사위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이 오늘(2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인양 고의 지연 같은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도 속도가 붙게 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해수부가 뒤늦게 세월호를 인양한 게 차기 권력의 눈치를 본거란 취지의 해수부 공무원 발언이 나와 관련 의혹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조을선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50여 명의 구성으로 다음 달부터 본격활동에 나서는 선체조사위는,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을 고의로 늦춰 왔다는 의혹도 조사할 방침입니다.

[김창준/선체조사위 위원장 (지난달 21일) : 2015년 4월에 계약해서 대략 2년 정도 걸렸는데 '의도적으로 늦게 인양한 거 아니냐'는 국민적인 의혹이 있었고요.]

이런 의혹을 증폭시킬 만한 발언을 해수부 공무원이 SBS 취재진에게 했습니다.

[해수부 공무원 : 솔직히 말해서 이거(세월호 인양)는 문재인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거거든요.]

부처의 자리와 기구를 늘리는 거래를 후보 측에 시도했음을 암시하는 발언도 합니다.

[해수부 공무원 : 정권 창출되기 전에 문재인 후보한테 갖다 바치면서 문재인 후보가 약속했던 해수부 제2차관, 문재인 후보가 잠깐 약속했거든요. 비공식적으로나, 공식적으로나. 제2차관 만들어주고, 수산쪽. 그 다음에 해경도 (해수부에) 집어넣고. 이런 게 있어요.]

이에 대해 해수부 대변인실은 세월호 인양은 기술적 문제로 늦춰졌으며, 다른 고려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선체조사위는 그러나, 문제의 발언은 인양이 정치적으로 결정됐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조사 과정에서 들여다 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아마 이 기사에서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솔직히 말해서 이거(세월호 인양)는 문재인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거거든요." "정권 창출되기 전에 문재인 후보한테 갖다 바치면서 문재인 후보가 약속했던 해수부 제2차관, 문재인 후보가 잠깐 약속했거든요. 비공식적으로나, 공식적으로나. 제2차관 만들어주고, 수산쪽. 그 다음에 해경도 (해수부에) 집어넣고. 이런 게 있어요."라고 말한 해수부 공무원의 녹취 부분인 것 같다.

그런데 이 녹취 부분도 그렇고, 기자가 녹취를 설명한 부분도 그렇고, 어느 곳에서도 문재인 후보측에서 '세월호를 대선 철에 맞춰 인양하는 대신, 해수부에 이익이 될 만한 급부를 하마'라는 거래가 있었다고 읽히진 않았다.

나는 '박근혜 정부 임기 동안 해수부가 2년간 세월호 인양을 회피했다. 2016년 말 탄핵 정국이 시작되고 유력한 차기대통령으로 문 후보가 뜨면서, 해수부가 세월호 인양에 착수했고 세월호 인양이 대선에서 문 후보쪽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 해수부가 딜(조직 확장 등)을 문 후보측에 제안했다'라는 뜻으로 이 기사를 이해했다.

문 후보쪽에서 먼저 세월호를 대선 시기에 맞춰 인양하라고 했다거나, 세월호를 인양하면 해수부에 favour를 주겠다고 했다는 언급은 기사 어디에도, 문자 그대로든 행간의 뉘앙스든, 보이지 않는다.

문제가 됐던 멘트를 해체해봐도,

-이거 갖다 바치는 거거든요 : 달라고 안했으면 상관 없는 일일듯 하다.

-문재인 후보가 약속했던 해수부 2차관, 수산쪽 해경도 집어넣고 : 이건 '약속 시점'이 문제가 될 순 있겠다. 그러나 '때에 맞춘' 세월호 인양의 대가로 약속했다는 맥락으로 확정지어 읽힐 수는 없다. 그냥 과거의 어느 시점에 문 후보가 해수부 조직 확대를 약속한 바 있는데, 세월호를 인양해서 문 후보에게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김에 이를 다시금 어필했다-의 맥락으로도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실제로 문재인 후보는 2012년 대선에서 당시 폐지됐던 해양수산부 부활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세월호 참사 이후엔 '해양수산부 축소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 바도 있다.

설령 해수부의 거래 제안이 사실이라해도 문 후보측에서 급부를 약속했다거나, 해수부에게 긍정적으로 응답한 일이 없다면 이렇게까지 캠프나 지지자가 격하게 반응을 보일 이유가 딱히 없지 않나...? 해수부가 기사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는데, 그건 놀랄게 없는 반응이다. 이 기사가 가리키는 화살표는 문후보가 아니고 해수부니깐.

SBS가 이 기사를 보도한 것은 해수부가 세월호 인양을 고의로 지연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하기 위해서였을 것 같다. 그런데 돌연 SBS가 지지율 1위의 대선 후보를 흠집내기 위해 가짜뉴스를 뿌린 것처럼(기사가 견고하진 않지만, 해수부 관계자가 실제로 저런 멘트를 한 녹취가 있다면, 즉 녹취 자체가 조작이 아니라면 가짜뉴스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언급되는게 조금 안타깝다.

이 기사를 '문재인 흠집내기'라고 최초로 규정한 사람은 누굴까. 생각을 걷어내고 읽었을 때 결코 문 후보 흠집내기로까진 보이지 않는 기사인데, 그냥 그 규정함으로 인해 밤 사이 이 기사가 진짜 '문재인 흠집내기'로 둔갑한 듯하다. 아마 누군가 규정하지 않았다면, 그냥 지금껏 줄곧 제기되어온 '해수부의 인양 고의 지연 의혹' 기사 중 하나로 기억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기사가 누군가에 의해 그렇게 명명되면서, 마치 진짜 문재인 후보를 흠집내기 위해 쓰여진 기사였던 것처럼 상대 후보 쪽에서 기사에 언급된 의혹을 밝히라고 문후보측에 요구하는 모양새까지 빚어낸 것 같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지금 학창 시절 이력까지 모조리 구글링을 당해 얼굴도 모르는 수천, 수만의 사람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을 먹고 있다. 기사를 여러번 다시 읽어봐도 그럴만한 기사라고까진 생각되지 않는다. 이거야말로 정말 마녀사냥 아닌가.

정말로 궁금하다. 이 기사를 그냥 편견 없이 봐도 정말 '문재인이 때에 맞춰 세월호를 인양하는 대가를 해수부에 약속했다'로 읽힐 수 있나? "가짜뉴스 뿌려대는 기레기야 죽어라"가 이 기사를 읽고 나올 수 있는 보편적인 반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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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에(도) 일본 아키타현에 갔었다. 아키타에 가는 목적이야 츠루노유 온천이지만 근처에 있는 다자와코 스키장은 정말 끝내주는 곳이었다. 캐나다, 미국, 일본, 한국 통틀어 그간 가본 스키장 중에선 내 기준에선 단언컨대 원탑이었다.


​​​​​​​​​​​​​​수묵화 같이 펼쳐진 준봉들과 호수를 보면서 내려올 수 있고, 트리런 구간도 있어서 크진 않아도 슬로프 구성이 매우 재밌었다. 2km 정도 되는 슬로프를 내려오는데 앞뒤로 아무도 없어서 황제스키 탈수 있던 곳. 턴할 때마다 눈이 흩뿌려지는(?) 파우더 스노우의 위엄은 쩔었다. 압설 안해놓은 심설 구간은 좀 당황스럽지만 넘어져도 하나도 안아프고 폭신폭신.

스탭들 덕에 이 스키장이 더 좋아졌다. 말이 안 통해도 스키장비가 제대로 고정됐는지 직접 신겨보고 계속 괜찮냐고 물어보던 할아버지 스탭, 슬로프맵이랑 리프트 매치를 못해서 어버버거릴 때 눈 바닥에 글씨를 써가며 알려주던 할머니 스탭이 인상적이었다. ​



항공편이나 영어소통의 문제, jr이용객 할인 등등으로 사실 편의성은 에치고 유자와의 스키장들이 나았는데, 그럼에도 올해도 다시 가고싶다. 12월 16일 오픈이라는데 열기만 기다리는 중. 별 이유없이 마음이 답답해지는게 스키장 갈 때가 되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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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자지를 보는데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단어가 하나 있다.

“After the cathedral incident, we’ve heightened the crackdown against crimes committed by Chinese tourists,” said Kim Chang-hyun, head of a local police team in Jeju.(제주 경찰 관계자는 "성당 사건 이후에 중국 관광객의 범죄를 막기 위해 단속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On Sept. 17, Chen Guorui, a 50-year-old Chinese tourist, stabbed a Korean woman while she was praying in a cathedral in Yeon-dong. (중국인 관광객 첸궈루이(50)는 지난달 17일 제주시 연동의 한 성당에서 기도하던 여성을 흉기로 찔러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 발행되는 영자지, 혹은 한국 신문의 영문 서비스판에서 '제주 성당 묻지마 살인사건'을 다룬 기사를 보면 이렇게 이 사건이 cathedral에서 일어났다고 쓴다.

성당=cathedral 이렇게 쓰는 모양이다. 문제가 있는 표현이다.

cathedral이란 단어에 대해 조금 생각해보면 성당=cathedral은 성립할 수 없다. 과거(그리고 어쩌면 지금도 약간은) 가톨릭 문화권이었던 프랑스 파리에만 해도 성당이 엄청 많지만 그 중 cathédrale이 붙는 곳은 노트르담대성당과 생드니대성당 두곳이다(비슷하게 서울에도 성당은 엄청 많지만 cathedral은 명동에 하나 있다)

최근 성당에서 벌어진 사건을 찾아봐도 그렇다. 노르망디 성당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을 cathedral로 검색해보면 루앙대성당에서 열린 장례미사 얘기만 나온다.

cathedral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the principal church of diocese, with which the bishop is officially associated"라고 정의돼 있다. 즉, 주교좌 성당을 영어로 cathedral이라고 쓴다.

사건이 발생한 제주교구 연동성당은 주교좌 성당이 아니다. 따라서 이 경우엔 cathedral이라고 쓰면 세세하게 따지고 들자면 오역인 것이다. 그냥 이 경우엔 church 아니면 catholic church라고 쓰면 된다. 앞서 언급한 노르망디 테러에서도 영문 기사는 church, 불문 기사는 church에 해당하는 église로 썼다.

처음 제주 사건이 터졌을 때 몇몇 매체에서 cathedral이란 단어를 써서 그냥 실수겠거니 했는데, 그 이후에도 줄곧 이 사건은 the cathedral incident로 언급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해보니 성당=cathedral, 교회=church식의 단어 암기가 영향을 끼쳤지 않나 싶다.

하긴 애초 '교회'라는 단어도 기독교에만 쓰는 표현은 아니고... 생각해보니 '기독교'라는 단어 자체도 가톨릭과 개신교를 모두 포함하는 상위 개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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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40441042C458B62B

Prime Minister's Questions(PMQ)

지난주 수요일 BBC와 가디언 등 영국발 기사를 읽다가 “I was the future once”란 문장이 눈에 띄었다. 이날 하원에서 마지막 PMQ를 마친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한말이다. 캐머런 전 총리는 2005년 그의 PMQ 데뷔에서 당시 토니 블레어 총리를 향해 “He was the future once”라고 한방 날렸던 멘트로 자신의 마지막 PMQ를 끝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의 마지막 PMQ

PMQ는 해석하자면 ‘국회 대정부 질문’에 제일 가까울 것 같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엄청 노잼일 것 같지만 구글에서 prime minister’s questions를 치면 funny가 자동완성으로 뜨는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매주 수요일 오후 영국 총리가 하원에 출석하면 PMQ가 열린다. 하원 의사당은 보수당과 노동당이 마주보는 구조로 돼있는데, 양 사이드 앞줄엔 총리와 야당 대표를 포함 각 당의 높은 사람들이 앉아있다. 뒷줄로 갈 수록 초선이나 젊은 의원들인듯. 암튼 의원들이 질문하면 총리가 일어나서 대답을 하는 방식이고 흘러가다보면 총리vs야당 대표의 구도가 된다.

특이한 건 질의 방식인데, 의원이 총리에게, 총리가 의원에게 직접 질문과 답변을 하는게 아니라 의장을 통해서 전달한다. 모든 말은 질문자나 답변자에게 직접 전달되는게 아니라 형식상 ‘Mr. Speaker’라고 의장을 부르며, 의장에게 전달하는 방식. 상대방을 저격하는 걸 피함으로써 의사 진행을 방해할 정도의 흥분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총리나 야당 대표는 dispatch box라고 부르는 상자 위에 손을 올려놓고 답변/질문을 한다.

상대편이 질문이나 답변을 하는 중간엔 살벌한 야유가 쏟아지는 일이 다반사. 자기편이 말할 땐 추임새도 넣고 환호도 한다. 대체 무슨 질문을 던질지 모르는데 어쨌거나 총리는 대부분 안 밀리고 답변을 한다. 총리와 야당 의원들 기싸움은 30분간 팽팽한 균형을 이룬다. 아무런 준비 없이 dispatch box에 서서 살벌한 공격과 야유에 꿀리지 않으려면, 일단 멘탈이 갑이어야 할 것 같고, 그 멘탈이 유지되려면 제대로 답변할 콘텐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진짜 PMQ가 대단한 건 바로 이런 부분이다. '아무거나 물어봐도 다 대답하는 것'.

지난 수요일 테레사 메이 신임 총리의 첫 PMQ가 있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의 첫 질문은 이랬다.


If you’re young, you’ll find it harder than ever before to own your own home. In 1998, more than half of working households of people aged 16 to 34 were buying their own homes. Today, the figure is 25% and the Resolution Foundation suggests this will fall to 10% in the next nine years. What figure has the prime minister set herself for home ownership among young people?

그에 대한 메이 총리의 답변.

I notice the timeline that the right hon gentleman referred to. He might have forgotten that during that period we had 13 years of a Labour government, who had a very bad record in terms of house building. This is this government who is going to change that and this government that is putting more into building more homes to ensure that young people have a better opportunity to get on the housing ladder. That’s why we are a government who will govern for everyone in this country.

첫 문장에서 “젊은이들의 내집 마련을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린 13년 동안 누가 집권했었는지는 까먹으셨나봄?”이라고 치고 나갔다. 이건 비교적 온건한 편에 속한다.

(7분 15초부터)

Has he got a reform plan for the NHS? No.
Has he got a police reform plan? No.
Has he got a plan to cut the deficit? No.
No wonder they’re going back to the former Foreign Secretary has just said this. The left is losing elections on an unprecedented scale because it has lost control of the political agenda. It’s losing key arguments and it has a deficit in ideas. That’s what he said and and he’s absolutely right.

며칠 전에 캐머런 전 총리의 PMQ 모음 영상에서 본 장면. 질문을 던진 사람이자, 여기서 말하는 he는 에드 밀리밴드 전 노동당 대표였고, the former Foreign Secretary는 밀리밴드의 형 데이비드 밀리밴드. No를 찰지게 외치는 보수당 의원들의 떼창이 일품이다.

이런 삐딱한 조롱과 깨알같은 개그와 날카로운 질의응답이 적당히 섞여있는데 꽤 재밌다.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축구장 같은 분위기가 날 정도. 지역구 문제 등등 너무나 그네들만의 문제가 논의될 경우엔 흥미가 마구 떨어지는데, 최근 주로 나온 떡밥은 브렉시트, 안보, 이민 등등의 문제이니 당분간은 계속 재밌을 듯하다. 자리가 자리인만큼 쓰는 언어도 고급진 편이다. 몇시간씩 끄는 국회 대정부 질문과 달리, 시간은 30분 언저리로 제한돼 있다.

영국 의회의 유튜브 채널이나 팟캐스트 UK Parliament에서 들을 수 있다. 유튜브 채널의 경우엔 자막을 제공한다. 영국식 악센트에 큰 거부감이 없다면 영어공부 아이템으로도괜찮은 듯…


#

PMQ를 보면 볼수록 어쩔 수 없이 한국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토론 혹은 대화의 모습과 비교하게 된다. 그리고 실망과 아쉬움이 몰려오는 건 어쩔수 없다. 기자 시절에 국정감사를 현장에서 지켜볼 일이 몇번 있었다. 국회TV와 지상파 방송을 통해 중계되고, 특별한 이슈라도 있을 경우 지상파 뉴스와 신문 1면을 도배할 수도 있는 국감 현장은 정치인들이 자기 PR을 위해서 놓치지 못할 현장이기도 하다. 

국감에 출석하는 장,차관, 기관장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의 먹잇감(?)이 된다. 시선을 강탈하려는 분들은 일단 호통부터 치고 본다. 거의 반말조로 질의하거나, 목에 핏대를 올리는 분들도 자주 봤는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엔 그 의원에 대해 있던 호감마저 다 떨어져나가곤 했다. 대개 이런 분들은 질의 내용도 허접한 경우가 많았다. 질의 내용이 날카로워야 삐딱한 조롱도 면이 서기 마련이다. PMQ가 볼만한건 볼만한 대화가 오가서지 총리와 의원들의 퍼포먼스가 죽여줘서(?)만은 아니다. 제일 눈살이 찌푸려지는 분들은 정해진 질의시간에 질문은 허접하게 하거나 아예 생략한채 자기 할말만 장황하게 하는 분들이었다. 그런 의원 대부분이 자기 말하는 내용에 대해 전문가도 아니니, 재미도 없고 내용도 없고 알맹이도 없다.

고성이 오가는 국감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오면 듣는 것만으로 힘이 쭉 빠지곤 했다. 그래서인지 충실하게 국감을 준비해서 정제된 언어로 날카롭게 질문을 던지는 의원들을 보면 힘이 날 때도 있었다. 아직도 현역이신 I의원, 지난 총선에선 안타깝게 공천을 못받았던 M의원 등이 그랬다. 특히 I의원은 말투나 표정은 온화한데, 궁금해할만한 자료도 많이 준비해오시고 쓸데없는 퍼포먼스를 다 걷어낸 질문만 던져서 국감 집중도를 확 높인 분이었다.

의원 뿐만 아니라 피감기관 기관장들도 비교되긴 마찬가지였다. 야당에 물어뜯기면서도 기죽지 않는 PMQ를 보면 총리들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해야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다(대부분). 기자 생활 동안 지켜본 어느 국감에서의 일이다. 장관으로 온지 석달쯤 된 장관이 국감에 출석했다. 해당 부처 국감은 마침 그해에 있었던 어떤 사건 때문에 꽤 주목받는 자리였다. 여야 의원들은 작정한듯 장관에게 난감한 질문을 던져댔고, 그중엔 별거 아닌 질문도 있었지만 굉장히 중요한 내용도 많았다. 이날 장관이 제대로 답변을 하는 걸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존경하는 의원님 죄송합니다만 그건 제가 알아보고 답변 다시 드리겠습니다"는 말을 반복하거나, 장관 옆에 앉아있던, 공직생활 30년차쯤 되는 차관이 대신 답변하곤 했다. "차관 말고 장관한테 물었습니다, 장관 대답하세요"라는 호통이 쏟아졌다. 그 부처에 대한 질문뿐인데도 제대로 대답을 못했다. 지역구에 대한 지엽적인 질문을 던져도 여유롭게 받아치는 PMQ와는 비교가 민망할 지경이다.

국감은 기자 시절 마지막 큰 이벤트였다. 사표를 제출하고 나오면서 동기들을 만나 '올해부터는 국감 안 봐도 된다'고 했다. 국감은 고역이라고 질색했으면서, 굳이 PMQ를 찾아보면서 드는 씁쓸함은 이런 이유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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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아빠가 주말에 골프 약속도 많고 엄마나 나나 동생이나 저마다의 약속이 많아서 좀 덜하지만, 지방 소도시를 돌아다니며 살았던 어렸을 때는 주말마다 여기저기 놀러다녔다. 자주 다닌 곳을 떠올려보니, 부안 내소사, 안동 병산서원, 부여 부소산성 등이 당장 생각나는데, 지금은 멀다고 자주 못가는게 좀 아쉬운 곳들이다. 그 중 하나가 충남 아산의 외암리 마을이었다.


하도 오래 전이라 외암리에 언제 마지막으로 갔었는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마 청주에 살았으니 초등학생 때였을 것이다(그러니깐 최소 20년 전이라는 얘기다……). 그 때 외암리에 ‘민속마을’이라는 명칭이 붙어있었는지조차 분명치 않다. 후대인들의 손을 많이 탄 하회마을이나 낙안읍성 같은 곳과 달리 그냥 기와집과 초가가 대부분일 뿐인 마을이었다. 예쁘게 꾸며놓은 마을과는 거리가 멀어서 길은 불편했고, 마을길은 흙바닥이었고, 변변한 식당이나 화장실을 쓸 수 있는 휴게 공간 이런 건 전혀 없었다. 바깥 세상과 달리 20세기 말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마을에선 거의 찾기 어려웠다.


지금도 ’외암리’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잘생긴 돌담이다. 마을의 기와집이나 초가의 모양이 어떠했는지 디테일은 강산이 두번 바뀌는 동안 흐려졌지만, 깎지 않은 자연돌로 쌓아올려놓은 돌담은 뚜렷한 이미지로 남았다. 어느 여름날이었던 것 같은데 돌담길을 걷다가 소나기가 쏟아졌다. 작은 우산 두개를 나눠쓴 네 식구는 비 피할 곳을 찾았다. 배도 고팠고 비가 오니 여름이었는데도 오슬오슬 추웠다. 초가 마루에서 어떤 할머니가 손짓을 해서 네 식구를 불렀다. 그 집이 식당이나 민박집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네 식구가 비를 맞는 걸 딱히 여긴 할머니가 우릴 불러 세운 건진 잘 모르겠다. 겉모습이 식당 같진 않던 집이었다. 그 집 마루에서 생전 처음 보는 검은 면발의 칡국수를 호호 불면서 먹었다. 고명조차 올려져 있지 않던 심심한 국수였는데, 춥고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국물 한방울 남기지 않고 먹었던 것 같다. 국수를 먹는 동안 할머니는 네 식구를 마루에서 물끄러미 바라봤다. 소나기가 그칠 때까지 그 마루에서 머물렀다.


비가 그치자 진흙탕이 된 마을 길을 걸었다. 외암리는 집집마다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신기한 건 그런데도 대문을 모두 열어놨다.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든, 한칸짜리 작은 초가집이든 문이 열려있는 건 똑같아서 처음엔 눈치를 보며 빼꼼하고 대문 안쪽을 엿보다가 주인이 안에서 손짓이라도 하면 마당 구경을 하는 식이었다. 예의 그 잘생긴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대문이 굳게 닫힌 집은 딱 한 곳 있었다.


아쉬웠던 건 문이 굳게 닫혀 있던 그 집의 분위기가 다른 집들과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약간 남루한 느낌이 들만큼 낡았던 다른 집들과 달리, 솟을 대문 양옆 돌벽은 새로 정돈한 듯 말끔했다. 돌 사이사이를 채운 황토는 새로 바른 듯 깨끗해서, 흙과 돌 색이 흐릿해진 다른 집 대문과 확연히 달랐다. 다른 곳보다 말끔한 외관 때문인지, 굳게 닫힌 대문 때문인지, 위엄있는 솟을 대문인지 선뜻 들어가겠다고 나서기 어려운 집이었다. 집에 들어가 보는 것은 포기하고 호기심을 못 이기고 담 너머를 들여다봤다. 담 너머 건물이 어땠는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딱 강한 인상이 남은 건 그 집 마당에 있는 잘생긴 소나무와 연못이었다. 돌로 테두리를 두른 꽤 큰 연못이 있었고 연못 주위에는 구불구불 희한한 모양의 소나무가 있었다. 소나무는 줄기가 심하게 굽어 거의 연못에 눕다시피한 모양이었다.


그 집에 닥쳐올 파란만장한 앞날 때문에 분위기가 달랐던 건지도 모르겠다. 집주인이 사업에 실패하자 그 집은 그 동네 소작농의 아들이었던 한 저축은행장에게 넘어갔다. 조상이 대대로 살아온 집을 지키지지 못한 집주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소작농의 아들은 그 집을 접대용 별장으로 썼는데, 얼마 후 은행돈을 빼돌려 사기를 치고 밀항하려다가 잡혔다. 그가 감옥에 간 후, 그 집은 경매에 넘겨졌다가 몇번 유찰된 후 소유권이 문화재청으로 넘어갔다.


갑자기 구구절절 외암리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는 까닭은 이제는 볼 수 없는 모습이 더 흐릿해지기 전에 어딘가 글로 남겨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엊그제 봄을 맞아 교외로 나들이를 갔었는데, 이맘 때 외암리에 가도 참 예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에 부모님이 바람을 쐬러 외암리에 갔다왔다는 사실이 떠올라 물었다. 엄마는 “거기 이제 변했더라. 그냥 예쁘게 잘 꾸며놨는데 예전 같진 않아”라고 말했다. ‘예전 같진 않아’란 건, 마당을 빼꼼히 엿보면 불러주는 집주인도, 바깥 세상과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듯한 분위기도, 소나기가 내리면 비를 피하며 국수를 먹을 남루한 초가도 없어졌단 말일 것이다. 그래도 외암리에 조만간 한번 가보긴 할 것 같다. 직접 확인하고 다신 안가게 되더라도. 아직 ‘건재고택’ 솟을대문은 굳게 닫혀있을 것 같은데, 까치발을 서야만 담장 안쪽을 엿볼 수 있다는 점만은 똑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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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of March 11th

in the cloud 2016. 3. 14. 18:42

It was a beautiful Friday afternoon just like today. I was stuck in the office, writing up articles about peripheral issues or just waiting for the deadline.


Suddenly atmosphere inside the newsroom changed. The alarm that delievers breaking news started to ring. Out-of-focus photos taken upside-down in AP's Tokyo office were on the wire. People stopped what they were doing and gathered around the TV. NHK's breaking news was urgently reporting on strong earthquake in East Japan.


That afternoon exerted strong influence on my life and the impact has survived in various forms, especially on my short-lived career in journalism. In fact, it was the very first time I felt the sense of helplessness that distressed me for years.


5 years have passed. I left newsroom to run away from all the tragedies, disasters, agonies, and frustrations out there. I still don't know whether it was the best way for recovery.


It's a beautiful Friday afternoon as it was 5 years ago, and a meaningful day too. May all who have suffered find their ways to recover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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