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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2.28 [영화]1987(2017)
  2. 2016.06.05 [영화]아가씨(The Handmaiden, 2016)

개봉 이틀째인 오늘, 영화 <1987>을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추천할만한 영화다.



=내용
어차피 모두가 아는 이야기가 곧 스포인 영화라 내용에서 스포일러할만한 건 별로 없고, 대사를 잘 들어볼만한게 몇개 있다.
영화를 보면서 ‘뭐지 이 뻔하고 작위적인 연출은?(박처장 관련)’라고 생각했던 내용이 끝나고 나서 찾아보니 실화인 것도 있었다.


=인물
단역으로 스쳐지나가는 배우들도 얼굴이 잘 알려진 유명배우들이었다. 등장인물들이 매우 많은데 헷갈리지 않는데 도움이 된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김윤석과 김태리가 맡은 박처장과 연희인 것 같다. 특히 갓태리 나오는 장면은 대부분 좋았다. 연희는 이 영화 등장인물 중 거의 유일한 허구인물인데, 완전 허구라기보단 그냥 그 시대를 살았던 평범한 인물의 대표 또는 상징 같은 면모가 많이 보인다. 20년 먼저 대학에 들어갔으면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았을 것 같다.
특별출연하는 강동원은 장르를 순간 학원멜로물로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잔영은 1987년에 머물지 않고 현재까지 미친다. 영화에서 언급된 문제가 현재의 문제가 되었거나, 영화에 등장한 자들이 지금도 어쨌든 입방아에 자주 오를 수 밖에 없다거나.

매년 1학기 기말고사 기간 즈음, 학교 중앙도서관이나 학생회관 외벽엔 큰 걸개그림이 걸렸다. 내가 입학하기 무려 20년 전 돌아가신 선배를 매년 까마득한 후배들이 한번쯤 더 생각할 수 있었던 학교에 다녀서 참 감사했다.

Posted by Alix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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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포스터

용산CGV 예매하려고 들어갔는데, 딱 스위트박스 2석 빼고 전부 매진이라 '와 이 영화 진짜 흥행 돌풍이 쩌는군'하고 속으로 생각하며 예매했다. 영화관에 도착했는데 곳곳에 까만 양복 입고 이어폰 낀 아저씨들(강친?)이 보였다. 오오 이것은 유명인 등장의 스멜 오오. 상영관에 들어갔더미 앞줄까지 관객들이 가득차 있었다. '하정우 사랑해' 플래카드를 들고 앉아있는 사람들. 얼떨결에 무대인사 회차에 들어온 것이었다.

박찬욱 감독은 "가족들과 가정의 달 '6월'을 맞아 즐겁게 볼 수 있는 교육적인...아 성교육적인 가족영화"라고 했고, 하정우는 "연휴의 시작에 보기 좋은 영화인데 성탄절 연휴를 맞아 관객분들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했다. 드레스 입고 온 김민희 정말 여신 같았고, 김태리는 사랑스러웠다. 조진웅의 깨방정과 극중 배역 매치가 안됐던 건 함정.

영화는 말도 많고 탈도 많길래 그냥 깊이 생각하지 않고 보기로 했고, 실제로 그러했다. 문학적인 서사에 큰 비중을 두지 않으면 많은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영화 같다. 익히 들었던대로 3부에서 결말을 짓느라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스토리적인 연결성은 떨어진다. 반면 이 장면이 왜 필요할까 싶은 장면들도 나오기 때문에(특히 마지막 씬은 눈요깃거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3부의 아쉬움은 딱히 한정된 분량 문제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대체로 좋았다. 독회 장면은 매우 불편하지만, 남자와 여자 목소리를 오가는 김민희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김태리라는 처음 보는 배우는 앞으로 대단한 배우가 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검은사제들'에서 박소담이란 배우를 처음 봤을 때도 이런 느낌이 들었다. 두 여배우의 케미가 좋다고 느꼈다. 하정우의 역할은 '암살'의 상하이 피스톨의 그림자가 남아있었다. 비슷한 시대적 배경 때문일지도 모르고, 여주인공과 대립하다가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되는 캐릭터의 유사함 때문일 수도 있다. 조진웅 팬은 이 영화 보고 멘붕 좀 할지도.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가장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은 아름다운 미장센이다. 혼돈과 불안과 기대가 혼재된 1930년대라는 시대배경이 낳은 시각적 요소를 훌륭하게 배치했다. 독회 장면의 역겨운 대사를 들으면서도 의상과 세트가 너무 아름다워 정신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눈이 괴로움과 즐거움을 드라마틱하게 오가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본 친구가 '배운 변태가 만든 예쁜 레즈물'이라는 코멘트를 했는데, 그만큼 적절한 한줄평을 아직 못 찾았다.


Posted by Alix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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