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너머집 닭볶음탕(혹은 닭도리탕/1인분 1만1000원)
-원래 성북동 성곽 너머 어딘가 산구석에 있던 집. 성북동 시골집(서울에서 시골집이 뭔소리냐 싶지만 정말 비주얼이 딱)에서 불광동으로 이사온지 좀 됐는데, 아직도 전화하면 사장님이 "불광동으로 오셔야 한다"고 알려주신다. 위치는 불광중학교 근처, 북한산 어귀 어딘가.
-닭도리탕vs닭볶음탕. 후자가 표준어지만 이 음식은 닭도리탕으로 부르는게 입에 붙는다. 애초에 닭도리탕이란 이름으로 배운 음식이라 그런가. 조리할 때 볶는 과정도 없다. 왜 닭볶음탕인가. 닭볶음탕이라고 억지로 부르면 덜 맛있는 느낌.
-메뉴는 단촐하다. 닭도리탕과 삼계탕, 쌩뚱맞지만 해물파전. 닭도리탕은 대중소로 시켜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긴 1인분 단위로, 2인분 이상 주문이 가능하다. 삼계탕은 1인분만 주문할 수도 있고. 주문하면 큰 가마솥에 펄펄 끓인 닭도리탕을 세수대야 크기의 뚝배기에 덜어 다시 끓여준다.
-펄펄 끓는 뚝배기 안엔 큼지막한 닭고기 토막과 감자 두알이 들어있다. 국물이 아주 빨간데, 많이 맵진 않다. 고추장을 넣지 않아 텁텁하지 않고, 고춧가루만 넣어 매운 정도를 맞췄다. 걸죽한 국물은 감자 녹말기가 풀어진 것 같진 않고 채소 종류를 갈아넣어 농도와 단맛을 낸 것 같다. 국물은 많이 달지 않은 대신, 담백하고 감칠맛이 난다. 달달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실망할 수도 있을 듯하다.
-푹 익어서 부드러워진 고기와 감자를 앞접시에 덜어놓고 걸죽한 국물을 국자로 계속 부어주면서 먹으면 훌륭하다. 집에선 아무리 닭도리탕을 맛있게 해보려고 해도 비슷한 맛이 나지 않는다. 센 불로 큰 가마솥에 오래 끓여야 흉내라도 낼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닭도리탕 먹고 싶으면 서울에선 여길 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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