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위기가 분위기인만큼 흥미롭게 읽었다.
사실 책의 앞부분 아베 간(아베 총리의 할아버지) 챕터보다 중간 부분 아베 신타로(아베 총리의 아버지), 마지막 아베 신조 파트가 훨씬 재미있었다.
아베 간이 너무 옛날 사람이라 실제로 아베 간을 알고 지내던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를 채록한게 아니라 그런지, 야마구치현의 전설적인 인물(어찌보면 신격화되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이자 너무 옛날 이야기의 위대한 주인공으로 그려진 면이 있다.
아베 신타로부터는 살아있는 아베 신타로를 직접 알고지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와서 훨씬 흥미롭다. 사실 작가가 쓴 신타로 이야기는 신타로가 총리가 되지 못하고 숨을 거두기 전까지의 인물에 멈춰져 있는 과거 속의 이야기니깐 여러가지 상상이 끼어들 수 밖에 없다. 만약 아베 신타로가 좀 더 오래 살아 총리의 꿈을 이루었다면 어떤 정치가가 되었을지 따위의. 재일조선인들과의 관계도 흥미롭다.
아베 신조에 대한 작가의 시선은 매우 일관적으로 싸늘하다. 1,2대에 대해서는 미화라고 느껴질만큼의 긍정적인 묘사가 주를 이루는데 반해 아베 신조에 대해선 가차없는 비판이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일본의 세습 정치에 대한 비판이 뚜렷한 메시지로 나온다. 총리의 형과 부인이 인터뷰에 응한 게 신기할 정도였다. 본인이 이뤄낸 스토리가 부족한 인물이라는 게 비판의 주 포인트 중 하나라는 점에서 전 대통령 중 한 사람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치만 아베 총리가 학창시절부터 줄곧 무색무취한 인물이었고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에게 매우 귀여움을 받던 손자라는 서술만으론 왜 아베 총리가 아베 간의 손자이자 아베 신타로의 아들이기보단 ‘쇼와의 요괴’ 기시 노부스케의 후계자가 되는 길을 선택했는지 잘 설명하지 못한다.
아베 총리가 최근 한국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가장 핫한 인물 중 하나인만큼 어쩌면 작가의 뚜렷한 메시지가 통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작가가 아베 총리에 매우 비판적인 스탠스라는 점은 감안하고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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