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winter/Sicilia∙Toscana∙Umbria, Italia/Honeymoon/Prologue
at the turnstile/나라 밖 2017. 3. 21. 09:32<다녀온지 한달만에 남기는 신혼여행 후기 1- prologue>
신혼여행 갔다온지 약 한달이 되어간다. 남편 박모(32)씨의 말에 의하면 이게 신행인지 극기훈련인지 패키지 여행인지 알 수 없는 난이도 상상상의 여행이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그간 다녀온 유럽 여행 중 가장 여유가 넘치고 웰빙 돋았으며 즐겁게 먹고 마신 여행이었다.
사진을 미리 좀 올리긴 했지만 여행은 시칠리아와 이탈리아 중부지역으로 갔었다. 9박 11에 이르는 여행 기간 동안 5박은 시칠리아에서, 4박은 이탈리아 중부지역에서 머물렀다. 이번에 다녀온 시칠리아와 토스카나주와 움브리아주를 아우르는 이탈리아 중부는 같은 나라지만, 두 나라에서 머문 듯한 느낌이 들었다.
토스카나 주는 ‘이탈리아’의 이미지를 압축한 고장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단테 알리기에리 같은 르네상스 시대 거장은 토스카나에서 태어났다. 현대 이탈리아어는 토스카나 사투리에서 왔다. 구찌와 페라가모 등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브랜드도 토스카나주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냉정과 열정사이’,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영화도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찍었다. 이탈리아 중부에 머무르는 기간엔 그래서 전형적으로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 즐길 것들을 즐겼다.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자연, 가까이 갈 수록 위엄이 느껴지는 피렌체의 두오모, 오래된 골목 곳곳에 숨어있는 예쁜 가게들 등등.
같은 이탈리아 국경 안이지만 시칠리아의 공기는 토스카나와 전혀 다르다. 이탈리아 반도 남부에 붙어있는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 때문인지, 이탈리아 중부나 북부에서 볼 수 있는 세련미는 덜하다. 이슬람 왕국과 노르만 왕조의 지배를 거친 섬에는 아직도 이국적인 자취가 남아있었다. 2월말에도 따뜻한 날씨에 꽃이 활짝 만개한 곳은 자로 잰듯 깔끔하게 다듬은 정원이 아니라 아몬드나무와 벚나무를 심어놓은 과수원이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섬이었지만, 여전히 불과 연기를 뿜고 있는 에트나 화산을 품고 있는 섬은 문자 그대로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인지 여행하기에 모든 것이 편리한 ‘완성된 여행지’는 아닐지도 모른다. 대중교통이 열악한 것은 둘째치고 4차선 이상의 도로를 보기조차 힘들었다. 피아트 소형차를 몰아도 마음만은 슈퍼카 드라이버인 시칠리아 운전자들은 그 시골길마저 150km로 밟아가며 서행하는 앞차에 하이빔을 갈겨댔다. 비수기에도 사람들로 붐비는 피렌체와 달리, 날씨가 암만 따뜻해도 이 섬 기준으로 ‘비수기’인 2월에 시칠리아의 가게와 식당들은 문을 닫는다. 길 가는 사람에게 영어로 길을 물어 원하는 답을 얻을 가능성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그래도 이번 여행을 마치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시칠리아행을 추천하고 있다. 육지와 비교도 안되는 싼 가격에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즐길 수 있다. 시칠리아에서만 맛볼 수 있는 까놀리 같은 돌체, 에트나산 화산토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 사면을 둘러싼 바다에서 잡아올린 해산물, 올리브유와 꿀 같은 싱싱한 식재료 등등. 정말 후술할 딱 한군데 빼곤 어디서 뭘 먹든 다 맛있었다. 파랗게 빛나는 바다와 야자수와 만개한 벚꽃과 까만 화산암 위에 쌓인 흰눈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섬이다. 이 섬을 거쳐간 그리스인, 로마인, 아랍인, 노르만인들은 시칠리아의 자연 속에 자신들의 흔적을 수놓았다. 시칠리아 사람들은 하이빔을 갈겨대며 과속을 종용하다가도 낯선 동양인 관광객이 곤경에 처할 것 같으면 차를 세워가며 도와주곤 했다. 영어를 못해 말이 안통하면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불러올 때까지 열심히 설명했다.
겨울에 갈만한 따뜻한 여행지 추천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주저없이 시칠리아를 추천하겠다. 아직 동양인 여행자가 흔치 않은 섬에서 정말 ‘외국’에 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참고로 다니는 동안 동양인 여행객은 딱 네팀을 봤다. 한국2, 일본1, 중국1). 이 섬이 보여주는 다양한 얼굴을 마주하면서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즐기다보면 어느새 섬을 떠날 시간이 다가오는게 아쉬워질게 분명하다.
▲팔레르모 노르만궁전 내부에 있는 '팔라티나 예배당(Cappella Palatina)'의 바닥 모자이크
▲아그리젠토 근교 해안가, '터키인의 계단(Scala dei Turchi)'
▲아그리젠토, 숙소 옆 과수원에 핀 봄꽃들
▲아그리젠토, 신전들의 계곡(Valle dei Templi)
▲시라쿠사에서 카타니아 가는 E45번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길에 본 에트나 산
▲에트나산 정상...은 아니고 중간쯤에 있는 분화구
▲아씨시, 성프란체스코 성당(Basilica di San Francesco)
▲몬테풀치아노 어디쯤인가, Val d'Orcia
▲피렌체 두오모의 쿠폴라(Brunelleschi's Cupola of The 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
=항공
: 이탈리아
국적기인 알리탈리아를 이용해 로마 환승편으로 팔레르모나 카타니아로 들어갈 수 있다. 이번 여행의 경우 알리탈리아
프리미엄이코노미석을 1인당 왕복 110만원에 구매했다. 로마까지의 실제 비행시간은 12시간 30분 정도였고, 로마에서 2시간
남짓을 기다려 팔레르모행 국내선을 탔다. 로마에서 팔레르모까진 1시간 정도 걸린다. 시칠리아를 떠날 땐 카타니아 공항에서 국내선을
탔다. 카타니아에서 피렌체 공항으로 바로 가는 부엘링을 탈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탑승 시간이 밤 11시로 바뀌어서 취소하고
로마로 가는 알리탈리아를 탔다. 가격은 둘이 비슷하게 한화 10만원 정도. 귀국할 때는 피렌체 공항에서 로마로 가서 환승하는
알리탈리아편을 탔다. 역시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으로 발권했으나, 탑승시 게이트에서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 받았다.
=숙소
: 부킹닷컴으로 모두 예약했고, 9박의 총 숙소 비용은 대략 200만원 정도가 나왔다. 비수기 시칠리아의 숙박비가 쌌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아그리젠토의 ‘Villa Athena’의 경우 5성급 호텔인데 신전이 보이는 좋은 방이 1박에 150유로 정도. 숙소에 대해선 각 포스팅에서 후술할 예정.
=렌트카
: 시칠리아에서는 AVIS를 이용했다. 길이 좁기 때문에 큰 차 빌리면 안된다는 조언을 듣고 갔고, 매우 일리 있는 말이었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인 ‘야리스’ 오토를 몰았는데, 차가 작아서 고속으로 달리면 좀 불안하긴 했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AVIS의 자체 풀커버리지 보험 덕에 돌 튀는 시골길도 안심하고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덤. 로마부터 피렌체까지는 Alamo를
가장한 Locauto에서 폭스바겐 골프를 빌렸다. 차 사이즈나 다른 성능은 나쁘지 않았는데, 약간의 에피소드가 있었고 결과적으로
스크래치 때문에 385유로를 물었다. 그러나 다행히 렌탈카스닷컴의 풀커버 보험으로 환급 받았음. 아, 여기도 유럽이기 때문에 오토
차량을 몰려면 반드시 미리 예약해야한다. 일단 오토 차량 자체가 많지 않고 스틱보다 비싸다. "꼬레아에선 사람들이 대부분
오또마띠-끄를 모느냐, 대체 왜?? 그럼 마뉴엘-르는 잘 안 모느냐??"라고 의아해하던 팔레르모 AVIS 직원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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