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기 <5>

in the cloud 2021. 4. 13. 11:04

2021년 3월 22일

<입원 2일차: 금식 계속 및 장 청소 시작>

전날 밤부터 시작된 금식이 계속됐고 항생제 반응 검사를 했다. 조금 따끔했다.

아침 8시쯤 장청소를 위한 약물 복용이 시작됐다.

코리트산 가루약 8포를 1포당 500ml 생수에 타서 쉐킷쉐킷한 액체를 30분마다 마셨다.

찬물에 타서 빨대로 빨리 쭉 빨아먹어야 덜 힘들었다. 총 4리터를 4시간 안에 다 마셔야하는건데, 처음 두번째 먹을 때까진 괜찮은데? 하다가 세번째부터 슬슬 힘들기 시작했다. 화장실 들락거리는건 괜찮았는데 정말 배부르고 역해서(레몬향 나는 찝찌름한 이온음료 느낌이라 액체 자체가 역하긴보단 배불러서 토나오는 느낌) 역류하는 느낌을 참을 수가 없었다. 5,6병째엔 헛구역질하면서 이거 꼭 8병 다 마셔야하냐고 물어봤다(다 먹어야 함ㅠ). 몸에서 이미 많은게 빠져나간 7,8병째가 되자 그래도 마실만해졌던 것 같다. 12시쯤 장청소가 대충 끝나면 온몸에서 액체와 함께 정신머리도 함께 빠져나간 듯한 상태가 된다. 이날 딱히 더 할건 없기 때문에 계속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오랫동안 굶으니깐 먹고 싶은 것들이 잔뜩 생각나서 생각날 때마다 내가 불러주고 남편이 메모해뒀다. 이날 하루종일 틈틈이 중국계 프랑스 소설가 샨사가 쓴 ‘바둑 두는 여자’를 읽었다. 심지어 이 소설책에서조차 배고픔을 자극하는 페이지가 나왔다.


작가는 프랑스인, 책 배경은 1930년대 만주국이고 남주는 일본인 여주는 중국인인데 뜬금없는 냉면공격. 리스트에 우래옥 냉면을 추가했다.

오후에 회진 오신 교수님께 수술 안내를 듣고, 주치의인 레지던트 선생님한테도 듣고 마취과 선생님도 와서 마취 안내를 한번 더 들었다. 수술 부위에 마크도 했다. 오후 늦게야 다음날 수술 시간이 나왔던 것 같다. 다음날 이른 아침이었다.

밤 늦게 수술복으로 갈아입었다. 잘 자야하는데 잠이 잘 오질 않았다. 잠이 들었는데 계속 꿈을 꾸었다. 기억나지 않는 장면들이었지만 깨고 나니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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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lix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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