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기 <3>

in the cloud 2021. 4. 13. 10:43

2021년 3월 19일

<CT결과 및 수술 안내>

두번째 외래는 오후 2시에 잡혀 있었다. 허수영 교수님은 월수금 오전에 외래진료를 보시는데, 오전 일찍부터 시작된 외래 진료를 오후 2시 언저리까지 보고 계신 것 같았다. 이날 ct결과를 보는 날이라 굉장히 긴장한 상태로 병원에 갔다.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슬쩍 본 교수님 표정이 많이 어둡지 않아서 살짝 마음이 놓였다. 로컬 병원에선 마스크 위로도 선생님 표정이 너무 심각해서 이미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었다.

교수님이 ct 사진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주셨는데,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 덩어리가 뱃속에 있었다. 무려 17cm였다. 초음파로 봤을 때 사이즈도 컸는데 그보다도 5cm나 더 컸다. 저런게 내 뱃속에 존재하다니...

덩어리가 어마어마해서 헉했는데 정말 다행히도 ct상이나 종양표지자(ca125) 결과로 봤을 때 암이 아닐 가능성이 더 커보이므로 복강경으로 수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교수님이 먼저 말씀을 꺼내셨다. 거대종양이라 복강경으로 진행할 경우 터트려서 빼내야하는데, 만약에 암일 경우엔 터트렸다가 림프 타고 암세포가 번질 수 있으므로 터트려서 빼낼 수가 없다고 한다.

일단 3포트 복강경으로 진행하면서 수술 중 간이 조직검사를 진행할거고(정확도 70% 정도), 조직검사상 암이 아닌 걸로 나오면 그대로 복강경으로 진행하되 암일 가능성이 크다고 나오거나 수술 진행 상황에 따라 필요가 있으면 바로 개복할 수 있다는 얘길 들었다.

그리고 나는 출산계획이 있는 기혼이라 종양이 생기지 않은 한쪽 난소는 아예 건드리지 않고, 종양이 있는 쪽 난소도 수술하면서 가급적 살려보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씀도 하셨다.

입원 날짜의 경우 개복수술의 경우 이틀 전에 입원시키는 것 같은데, 내 경우엔 우선 복강경으로 진행할 거라 조금 고민하시더니 그래도 이틀 전에 입원하는 걸로 하자고 하셨다.

복강경수술은 아예 기대도 안한채로 ‘가로로 열든 세로로 열든 다 괜찮으니 제발 수술만 잘 해주세요’라는 마인드로 병원에 갔는데 막상 먼저 복강경 얘기를 꺼내시니깐 너무 다행이라 오히려 이때 눈물이 찔끔 나왔다. 진료실 밖에 나오니깐 다리에 힘이 쫙 풀려서 똑바로 서 있기가 힘들었다.

이날 X레이 촬영을 하고, 낮 3시쯤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코로나 검사 결과는 당일 밤 10시반쯤 나왔다. 남편의 검사결과만 오후 8시쯤 먼저 나와서 남편과 함께 “헐 너 왜 늦게 나옴? 혹시...?” 하고 조크를 할 여유도 약간 되찾았다.

이날 병원에서 마취과 선생님도 만났다. 수술 중 전신마취에 대한 안내를 받고, 수술 후 PCA(무통주사)에 대한 안내 및 부작용에 대해서 듣고 몇가지 서명을 했다.

1층 입원수속하는데 가서 입원 예약을 하고 희망 병실 순위를 3지망까지 지정했다. 1지망은 산부인과 병동 1인실, 2지망은 21층 특실, 3지망은 vip실로 했다.

이날은 엄마의 환갑이었다. 그래도 저녁에 가족끼리 식사할만큼의 여유가 약간은 생겼다. 성당에 안 간지도 오래된 주제에 하느님께 감사하다는 기도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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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lix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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