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다. 사실 두번 봤다. 개봉 첫주에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한번, 싱어롱 상영회차 때 떼창하면서 두번째 봤다. 이 영화에 대해선 영화의 만듦새 등등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을 하고 싶지도 않고 말을 할 수도 없다. 힘든 시간을 이기게 해준 음악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눈물콧물 짜내며 볼 각오를 하고 갔고, 실제로 중간중간 울컥했다. 퀸의 오랜 팬이라면 대부분 다 아는 이야기였지만, 실제 인물들과 몹시 닮은 배우들을 통해 영상으로 구현된 모습을 보는 느낌은 또 달랐다.


특히 싱어롱 상영 때 많이 울고 웃었다. 최애곡 중 하나인 Radio Gaga를 가가박수 치며 떼창할 때, 프레디 특유의 ‘에-오’를 모두가 웸블리에 있었던 것처럼 따라 외칠 때 참 많이 웃었다. We are the Champions와 크레딧 올라가면서 나온 Show must go on을 따라부르면서 눈물이 나왔다. 프레디는 세상을 떠났고 이제 완전한 퀸의 공연을 볼 순 없지만, 마치 프레디가 살아있는 것처럼 잠시 즐거운 착각에 빠질 수 있었다.


이런 찡하고 울컥한 기분을 몇년전에도 맛본 적이 있다. 2014년 8월 슈퍼소닉에 참가하기 위해 퀸이 내한했었다. 정확히는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내한했고, 보컬과 베이스는 객원 멤버였다(베이스인 존 디콘은 살아있지만 프레디가 죽고 사실상 음악을 접었다). 프레디를 대신할 보컬이란 기대는 안하고 향수를 느끼러 간 공연이어서 그런지 상상 이상으로 만족했다. 이날 공연은 나름 의미가 있었다. 프레디의 싱글 디스코곡이지만 사후 발매된 Made in Heaven에 록 버전으로 리메이크 돼 실린 I was born to love you의 최초 라이브 무대가 있었다. 브라이언 메이가 직접 소개했는데, 퀸의 역사에 의미가 있는 한 장면 속에서 직접 환호한 팬이 될 수 있어 참 뿌듯했다.

이날 공연에서 가장 가슴을 찡하게 울린 곡은 브라이언이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한 Love of my life. “프레디를 위해 함께 부르자”는 브라이언의 말에(심지어 한국말로 함)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 속 리우 공연의 관중들처럼 잠실에 모인 사람들도 막힘 없이 함께 노래했다. 그러다 노래 끝날 때쯤 Back hurry back을 부르며 무대 중앙 큰 원형 모니터에 프레디가 나타났다. 아주 잠깐 프레디가 살아서 함께 노래한 것 같은 기분좋은 착각에 빠졌었다. 비도 오고 울컥해서 눈물도 나왔고.

퀸의 팬이라면 아마 이번주까지 하는 것 같은 싱어롱 상영을 강추한다. 뻘쭘할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호응해서 매우매우 감동적이었다.


덧) 지난번에 이어, 또 한번 퀸의 잘 알려지지 않은 명곡 영업. 아마 브라이언과 로저가 다시 한국에 오더라도 이곡을 공연할리는 없을 것 같은데, 퀸이 옆 나라 일본에 오면 꼭 셋리스트에 들어가는 노래다. 5집 A Day at the Races에 실린 Teo torriattte라는 곡인데, 일본어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일본 팬들에게 헌정한 노래다. 퀸의 전성기 70년대부터 일본에선 퀸이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고, 일본 투어도 많이 했다. 보랩 영화에도 일본 투어 간다는 얘기가 나오고 프레디가 일본풍 유카타 가운을 입기도 하고 집안에 우키요에를 걸어둔 장면도 나오는 걸 보면, 이런 명곡이 일본 팬들에게 헌정된 배경이 짐작될 만하다. 곡 구성이 다이나믹한데 후렴부 멜로디는 서정적이고 가사는 참 따뜻하다. A Day at the Races가 한국에서 처음 발매될 때 무려 왜색이 짙다는 이유로 순삭됐던 비운의 곡이기도 하다.

https://youtu.be/WDynFluHPJs

Posted by Alix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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