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남한산성> 보고왔다.


(스포 없음)

꽤 괜찮은 블록버스터 한국영화였다. 이런 대예산 한국영화가 이 정도로 담백하게 나온 건 흔치 않은 것 같다.

연기 구멍 없어서(심지어 아역조차 잘함) 러닝타임 내내 즐거웠다. 국뽕을 쫙 담백하게 빼다못해 마구 부숴버리는데, 보다보면 "하....." 소리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답답해질 때가 있었음.

이병헌과 김윤석의 대화는 귀에 잘 안들어오는 묵직한 언어로 진행되지만, 그만큼 귀기울여 들을 가치가 있었다. 그냥 영화 속 대화로 남을뿐 아니라 우리 삶에 연결해 음미해볼만한 장면들이 있었다.

끝부분에 등장인물 중 한명이 실제 역사와 다르게 처리된다. 그냥 역사 그대로 연출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근데 영화 후반부 그의 대사를 곱씹어보면 또 영화대로의 연출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다.

영화를 볼 때 미술이나 의상에 관심을 두고 본다. 이 영화는 컬러 화면이지만, 무채색에 가깝게 착 가라 앉은 색채(흰색, 남색, 검은색)가 화면을 채운다. 검은색 도포를 입은 신하들이 남색 도포를 입은 왕의 뒤를 따르는 장면의 잔상이 길게 남았다.

영화는 목차를 나눠 진행되는데, 오히려 맥이 끊기는 느낌이 좀 들었다. 대단히 담백하고 덤덤한 영화지만, 좀 심하게 말하면 지루하고 불친절할 수도 있다. '덩케르크'를 보고 좋았던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마음에 들어할 가능성이 좀 더 높을 것 같다. 덩케르크를 보면서 느낀 호감과 코드가 비슷하다.

Posted by Alix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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