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마지막날. 친구는 이탈리아로 나는 한국으로 떠나는 날이었다. 전날 찬란하던 햇살이 무색하게 이날 아침부터 요란스럽게 내리는 빗소리에 잠을 깼다. 비에 젖은 공기처럼 마음도 무거웠다. 


마지막으로 보는 루가노 모습. 호텔 앞에서 푸니쿨라를 타고 언덕 위에 위치한 루가노 역으로 갔다. 루가노 역 뒷편 주차장엔 밀라노 말펜사 공항으로 직행하는 버스가 선다. 요금은 25유로/30프랑(둘 중 하나로 내면 된다). 버스 출발도 이탈리아 식이라 손님들 다 탈때까지 아주 느으리게 기다렸다.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는데, 건너편에 앉은 일본 아줌마가 기차역에 뭘 두고왔다고 다급하게 영어로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를 듣자 미국 아저씨가 아주 흥분해서 "너 때문에 여기 탄 모두가 기다릴 순 없다. 지금 당장 내리던지 아니면 포기해라"라고 따따부다 쏘아붙였고, 아줌마는 "I..I'm getting off"라면서 결국 버스에서 내림. 

약간의 소동이 있었지만 버스는 무사히 말펜사 공항에 도착했다. 말펜사 공항은 몹시 작지만, 국제선 타러 들어가는 입구도 몹시 작기 때문에 정말 시간 여유를 두고 가야한다. 다행히 아주 여유있게 들어갔지만 면세점 볼 거라곤 몰스킨밖에 없었다... 

그리고 떠나는 그날에도 루프트한자는 속을 썩여서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가 30분이나 지연되는 기염을 토했음. 

▲이건 말펜사에서 프랑크푸르트 가는 비행기 타기 직전에 본 두오모 레고. 공항에서 본 모든 물건 중에 이게 제일 탐났다. 

▲루프트한자의 허브공항답게 끝없이 늘어서 있는 루프트한자 비행기의 대열을 볼 수 있었다.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니, 환승편 때문에 밀라노에서부터 짜증내던(독일사람들은 짜증 안내더라) 사람들 때문인지 항공사 직원이 환승 도시들을 적은 팻말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인천 가는 비행기 게이트는 아주 머어어어얼었지만, 비행기 시간이 비교적 여유있어서 무사히 도착. 면세점에서 초콜릿 구경을 조금하(사)고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집에 가기위해서 탄 LH712편. 비록 밥맛은 별로였지만, 돈 주고 미리 산 벌크석 덕분에 아주 편히 집에 왔다.




-Epilogue

스위스 여행. 생각보다 더 여행하기 편하고 생각보다 더 매력적인 나라였다. 어딜가나 여행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영어가 통용됐고, 스위스 사람들은 친절했으며 날씨도 피서지로 적절한 선선한 날씨였다. 

물가가 몹시 비싸다는 점, 음식이 안 맞을 수 있다는 점은 조금 불편했지만, 결코 스위스의 매력도를 깎아먹을 만큼은 아니다. 2년 전 처음 갔었을 땐 이 정도로 매력적인 나라란 점을 몰랐다. 사진을 찍어도 신선한 공기가 전해질 정도로 깨끗한 자연 속에서 장엄한 알프스에 둘러싸여 걸을 수 있는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친구랑 간 여행이었다. 결코 같이 다니기 편한 파트너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랑 같이 6박 7일의 여행을 무사히 끝마쳐준 친구에게 감사하며, 올 여름 잊지 못할 추위와 설경과 에너지를 선사해준 스위스에게도 무지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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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lix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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