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눈을 붙이고 부시시 일어나 씻었다. 체크아웃을 하니까 오전 5시쯤. 호텔 로비엔 어제 함께 비행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몇명 나와있었다. 호텔 로비에서 커피를 내리고 빵을 나눠주고 있었는데, 이걸 먹어도 되는지 긴가민가해서 안 먹었는데 그건 바보짓이었음...ㅋㅋ

호텔에서 쏟아져나온 사람들로 엄청난 혼란이 벌어진 끝에 택시를 잡아타고 공항에 갔다. 빛의 속도로 체크인을 하고, 탑승구 앞에서 아침을 먹었다. 이날 거의 14시간 만에 뭔가를 섭취했다. 5유로짜리 크르와상이랑 커피일 뿐이었는데 진짜 눈물나게 그리운 맛이었다. 


다시 탑승구 앞에서 좀 졸다가 비행기를 타고... 거의 잠결에 모든게 이뤄진듯. 암튼 정신을 좀 차려보니 취리히에 도착해 있었다. 

취리히 공항역에서 진리의 스위스패스를 끊었다. 스위스패스를 끊고, 첫 목적지인 취리히 시내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탔다. 정말 짜릿한 고생 끝에 겨우겨우 취리히역에 도착했다. 무겁게 질질 끌고 다니느라 있던 기운도 다 뽑아버리던 캐리어는 취리히역 코인락커에 무려 9프랑이나 넣고 고이 모셔놨다. 


▲환희의 인증샷. 친구 얼굴은 너무 쩔어 있어서...

첫 목적지로 무려 가방을 사러 프라이탁으로 향했다. 취리히역 주변에서 좀 헤매다가 버스를 타고 취리히웨스트까지 가서 프라이탁까진 어떻게 찾았는데... 


쓰읍 이날 일요일이라 문닫았다. 결국 가방이고 뭐고 암것도 못사고 쇼윈도우만 구경하면서 컨테이너 쌓아놓은 가게 앞에서 인증샷만 들입따 찍었음. 


이거 찍고 터덜터덜 다시 취리히 중심부로 돌아왔다. 뭐할까 하다가 일단 밥을 먹고, 유람선을 타고 취리히호수를 돌아보기로 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 먹다가 크르와상 한쪼가리 먹고 감동했던 우리 자신이 너무 불쌍해서 점심은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따뜻한 밥을 앉아서 먹기로 결심했다. 가이드북이랑 인터넷을 열심히 뒤적이다가 리마트강가에 있는 'Chuchi(추치? 비슷하게 읽는 것 같다) '란 레스토랑으로 갔다. 

여긴 스위스 전통음식을 파는 곳이래서 큰 결심을 하고 간 곳이었는데, 메뉴판을 보니 음... 

감자치즈 치즈감자 치즈치즈 감자감자 감치즈자... 

'양파소스를 곁들인 소세지와 감자튀김'과 '뢰스티(감자를 채썰어서 치즈 푼 다음 부친 것)'를 시켰다. 

소세지와 치즈감자맛이었지만 따뜻한 뭔가가 속을 채우는 느낌은 좋았다. 간만에 마시는 콜라의 달짝한 불량스런 맛 또한 긴장을 풀어줬다. 


밥을 먹고 리마트 강가로 가서 유람선을 기다렸지만 배는 오지 않았고... 나중에 알고보니 강 수위가 높아져서 유람선은 호수에서만 운행한다는 공고를 보고 호수가로 갔다. 마라톤 코스 때문에 몇번 길을 빙빙 돌면서 허탕을 치다가 선착장에 가서 떠나기 직전에 배를 탔다. 이 배에서부터 스위스 추위(?)가 시작된 것 같다. 

취리히 호수 주변 마을을 돌고 다시 취리히로 돌아오는 배였다. 관광객들이 대부분 탄 배였고, 나랑 친구는 갑판에 앉았는데, 비 온 직후라 그런가 찬바람이 매우 거세게 몰아쳤다. 그럼에도 꿋꿋히 갑판에 앉아서 구경한 호수는 대도시 한가운데 호수임에도 거울처럼 맑았고, 주변으로 늘어선 마을들도 그림으로 그린듯 아기자기 예뻤다. 너무 그림 같아서 저 집에 사람이 정말 살까 싶은 집들이 대부분이었다. 



한시간 남짓 호수를 돌고 선착장으로 들어오니 오슬오슬 추웠다. 스타벅스 시티머그를 모으는 친구를 따라 스타벅스에 가서 따뜻한 라떼를 한잔 마시고 나니 살짝 몸이 녹았다. 조금 앉아 몸을 녹이며 사람들을 구경하다보니 대부분 트렌치코트나 누비재킷 같은 걸 입고 있었다. 앞으로 남은 여행 일정 동안 날씨가 줄곧 쌀쌀하길 빌었다. 

조금 정신을 차리고 취리히역으로 가서 짐을 찾았다. 루체른으로 떠나는 기차를 타고 다섯시 반쯤 루체른에 도착했다. 역에 도착해서 처음 맞닥뜨린 루체른은 잔잔하게 흐르는 강 사이로 아름다운 다리와 분위기 있는 건물들이 늘어선 사랑스러운 도시였다. 강에 떠 있는 백조떼와 다리 난간에 꽃 화분을 올려놓은게 눈에 띄었다. 흐린 날씨가 조금 아쉬웠다. 파란하늘과 어우러진 빨간 제라늄 꽃이면 더 예쁠텐데. 



루체른 시내를 조금 돌아다니다가 저녁으로 버거킹(...)을 먹고 일찍 잠이 들었다. 몹시 피곤했는지 금방 잠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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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lix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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