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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하우스콘서트에 다녀왔다. 마지막으로 갔던게 2012년 연말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훌쩍 3년이 넘었다. 공연이 주로 평일에 있기 때문에 회사 다니면서는 도저히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하우스콘서트를 SNS 친구로 등록해서 소식을 받아보긴 했다. '언젠가 다시 가겠지'하는 생각으로.

얼마전 받아본 콘서트 일정표를 보고 반드시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바이올린과 기타로 연주하는 탱고 레퍼토리였다. 요즈음이야 좀 덜 듣지만 장국영과 양조위가 나오는 영화 '해피투게더'를 본 직후와 아르헨티나 이민 노래를 부를 때 즈음 탱고 음악에 푹 빠져있었다(제일 좋아했던 탱고 음악이 tango appasionato와 adios nonino였는데, 후자는 퀸연아의 마지막 프리프로그램으로 쓰여서 엄청 반가웠다. 네덜란드 빌렘 국왕 결혼식에서 연주된 이 곡 영상이 아주 눈물난다. 아르헨티나 출신 신부는 실제로 곡이 연주되는 동안 펑펑 울었다).

프로그램은 바이올린과 기타 편성이었는데, 흔히 듣는 탱고 음악과 달리 반도네온이 빠져서 어떤 소리가 날지 궁금했다. 비가 오는 날씨라 소리가 안 좋을 수 있다고 바이올린 연주자가 미리 관객들에게 말했는데, 실제로 1부에선 좀 소리가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소리는 2부에서 살아났다. 대곡인 histoire du tango는 처음 듣는 곡이었는데 1900년대 사창가에서 시작한 탱고가 오늘날의 콘서트장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표현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거친 바이올린 소리와 기타 속주, 연주자들의 기합소리가 어우러져 내리치듯 끝난 nightclub1960 후반부는 특히 좋았다.

바이올린을 연주한 안토니오 유 선생님은 예고를 졸업하고 명문대 음대를 간 전형적인 클래식 엘리트의 길을 걷다가 탱고에 꽂혀서 아르헨티나로 갔다고 했다. 그는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어려웠던 일로 클래식 연주법을 탱고 스타일로 고치는 것을 꼽았다. 그가 아르헨티나 스승에게 제일 많이 들었던 소리는 "리브레(libre/자유롭게)"라고 했다. 탱고 음악의 한 소절을 각각 클래식과 탱고 스타일로 들려주며 차이를 설명했다. 신기하게도 익숙한 클래식 연주법이 탱고의 선율을 듣고나서 비교하니 어딘가 갇힌 듯 답답하게 들렸다. 어느날 탱고음악이 사람을 잡아 끌었던 것은 이런 얽매이지 않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각잡은 공연장 대신 자유롭게 바닥에 앉아 음악을 듣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하우스콘서트의 매력도 일견 탱고의 정신과 닿아있다.

가장 기대했던 adios nonino. 바이올린을 맡은 안토니오 유 선생님은 "반도네온 없이 하는 연주라 좀 걱정된다"고 했는데, 첫 소절부터 마지막 한 노트까지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빠바바 빠바빠바바-"하는 강렬한 도입부, 서정적인 중반부, 도입부가 반복되며 마무리되는 후반부까지 오히려 바이올린과 기타만으로도 작지 않은 공간을 꽉 채우는 열기가 완성됐다. 마루 바닥에 앉아있는데 몸이 근질거릴 정도였달까. 오늘 공연은 탱고에 빠져들게 한 두 곡 Libertango와 Por una cabeza로 끝을 맺었다.

공연 시작 전 비바람 부는 날씨 때문에 선득한 기운이 가득했던 실내는 어느새 후끈해졌다. 열기가 남아있는 공간에 와인과 안주가 펼쳐졌다. 와인잔과 치즈, 크래커 안주를 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공연의 여운을 나눴다. 방금 전까지 기타와 바이올린으로 마법을 펼쳐준 연주자들도 그 안에 껴있었다. 늘 공연이 끝나면 오늘 공연이 어땠느냐고 묻던 스태프가 한마디했다. "관객들의 얼굴을 보니 아무 말도 물을 필요가 없겠어요".

Posted by Alix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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