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재스민 (2013)

Blue Jasmine 
8.4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케이트 블란쳇, 알렉 볼드윈, 샐리 호킨스, 바비 카나베일, 피터 사스가드
정보
드라마 | 미국 | 98 분 | 2013-09-25
글쓴이 평점  


간만에 얻은 주중 휴일을 날려버리기 싫어서 어제(3일) 집 근처 영화관을 찾았다. 지난 주말 벼르다 결국 못 봤던, 우디 앨런 감독의 ‘블루재스민’을 봤다. 

98분 동안 달려온 영화는 어떤 결론도, 재스민의 미래에 대한 단서도 없이 끝났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객석 곳곳에서 “어?”하는 소리가 났다.  우디앨런의 '뒤통수' 연출에 얻어 맞은 관객들의 짧은 비명...ㅋ 

비상과 추락을 반복하는 불안한 여인으로 분한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최고였다(옮기면서 : 케이트 블란쳇은 결국 이 영화로 2014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1시간 30여분 동안 영화는 화려함의 정점에 있는 재스민과, 추락할대로 추락한 ‘블루재스민’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회상씬으로 넘어가는 장면이 재미있다. 정상인의 정상적인 회상 대신, 살짝 맛이 간 재스민이 샌프란시스코 길거리에서 중얼거리는 대사로 화려했던 자신의 뉴욕시절을 불러오는 방식이다. 두 도시에서 다른 두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재스민의 모습이 번갈아가며 나오지만,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모습은 결국 똑같았다. 뉴욕에서의 그녀는 잘 나가는 남편과 좋은 집·화려한 명품 뒤에 숨어 두려운 진실을 인정하지 않아도 됐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그녀가 사시나무 떨듯 불안에 시달리는 것은 가난 그 자체보다 자신을 감춰줄 모든 것을 잃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재스민의 여동생 진저는 남자친구에게 이렇게 말한다.  

“언니는 예전부터 인정하기 싫으면 모른 척하거든”. 


잠시나마 비추던 희망(?)마저 완전히 잃어버린 재스민은 지저분한 거리의 벤치에 앉아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그녀가 남편 ‘할’을 만났을 때 흘러나왔던, 그렇게 사랑해 마지않던 노래 ‘블루문’이다. 멜로디는 흥얼거리지만 재스민은 “그런데 가사가 생각나지 않아요. 예전엔 알았던 것 같은데”라고 중얼거린다. 

재스민이 생각나지 않는다던 가사는 이렇다. 모르는 척 한 것일까, 인정하기 싫었던 것일까. 

Blue moon you saw me standing alone, without a dream in my heart without a love of my own.

 

나 역시 몰랐던 것일까,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Posted by Alix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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