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winter/雪國//Day 5-Echigo Yuzawa/Epilogue
니이가타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편은 니이가타 공항을 이용하는 방법과, 도쿄로 이동해 하네다나 나리타 공항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니이가타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편은 오전 9시 30분에 출발하기 때문에 최소한 오전 7시엔 공항에 도착해야겠다. 너무 시간 여유 없이 서둘러야 할 듯해서, 오후 1시 55분에 나리타 공항을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으로 귀국하기로 했다.
료칸에서 차려준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친 뒤 에치고유자와역까지 가는 송영버스를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Shuttle bus to the station"이라고 말해도 알아듣는데 한참이 걸린다. 손짓발짓과 필담을 하면서 간신히 의사를 전달하고, 송영버스를 '오쿠리'라고 부른다는 팁도 얻었다.
야마노야도에서도 그렇고, 쇼센가쿠 카게츠도 그렇고 손님이 체크아웃을 할 때면 료칸의 직원들은 이곳에서 머물며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꼭 묻는다. 덕분에 즐거운 여행이 됐다-이곳에 묵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나누며 문을 나서면 료칸의 직원들은 따라 나와 문앞에서 손을 흔든다. 그냥 좀 흔들다 마는 게 아니라, 손님을 태운 차가 안 보일 때까지 진득이 서서 계속 흔든다. 정말로 이곳을 떠나는 나의 아쉬움을 함께 공유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저 나의 생각 혹은 상상일 뿐이더라도 료칸에 자꾸 오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에치고유자와역에 도착했다. 료칸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계신 아저씨는 일본어를 못 알아들어도 천천히 반복하며 더듬더듬 영어를 섞어 따뜻한 배웅을 했다. 오전 9시 17분 에치고유자와역 플랫폼에 들어선 신칸센 MAX토키 열차를 타고 도쿄역을 향해 떠났다.
눈의 고장을 떠나자마자 다시 지나게 된 긴 터널은 바깥 세상을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 마냥 나눠놨다. 한시간 남짓 달려 도쿄역에 도착했다. 도쿄역사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지나던 서울역을 닮았다. 도쿄역사를 그린 도안이 숫자 100과 함께 곳곳에 붙어있어다. 벌써 100년이나 된 이 역은 지상, 지하에 걸쳐 온갖 종류의 기차 노선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지상의 신칸센 승강장에서 가장 지하 아래층 나리타익스프레스 플랫폼까지 가는덴 20분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나리타공항으로 가는 급행열차 '나리타 익스프레스(NEX)'는 오전 11시 3분 정시에 도착했다. 얼마 전 작고한 디자이너 에쿠안 겐지가 디자인한 나리타 익스프레스는 편리하고 쾌적하다. 도쿄역에서 나리타 공항까지 가는데 9000엔이 넘는 비싼 가격이 흠이지만 JR패스 소지자라면 추가요금을 낼 필요가 없으니 이용해볼 만하다. 대한항공은 나리타 공항 1터미널에서 출발한다.
나리타 익스프레스에서 내려 공항까지 들어가기 전 간단한 보안검색을 치른다. 오래 걸리진 않지만, 출국 절차를 치르기 전 다시 한번 출국심사와 보안검색을 거쳐야 하니 시간을 여유있게 잡는 게 좋다. 나리타 공항 면세점은 생각보다 살게 많지 않지만 과자나 초콜릿 같은 식품류는 종류가 다양하다(중국인 단체 관광객이랑 비행 시간이 겹칠 경우 인기 상품이 품절되는 경우도 간혹있다)
▲현실세계로 돌아가는 귀국편 비행기
일본어 한마디 못하면서 떠난 일본 여행은 녹록지 않았다. 수도 도쿄에서도 꽤 먼 데다, 오랜 세월 관광지로 붐비던 곳도 아니라 영어 구사가 가능한 현지인도 별로 없었고 영어 표기가 안 돼 있는 곳도 많았다. 그래도 큰 사고나 큰 불편함 없이 원하던 대로 설국에서 마치 꿈꾸다 온 것 같은 휴식을 즐길 수 있었던 건 조금이라도 도와주려고 애써준 친절한 사람들 덕분이 아닌가 싶다. 눈 속에 꽁꽁 숨겨놓은 보물 같은 아키타현 츠루노유와 소설 '설국'의 환상적인 정경이 펼쳐져 있는 에치고유자와 모두 매력적인 곳이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 기억을 복기하다보면 내년에 또 가고 싶은 곳과 5년쯤 후에 또 가고 싶은 곳, 10년 후에 또 가고 싶은 곳이 나뉜다. 내년 겨울에도 끌리듯 설국을 찾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