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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담]12월 12일 대한문 농성촌 취재 (옮김 2012. 12. 13)

AlixJ 2014. 6. 6. 11:14

어제, 그러니까 12월 12일은 대한문 앞 농성촌 천막 철거가 예정됐던 날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미 기사들에 나왔듯, 천막은 철거되지 않았다.

 


서울 중구청은 덕수궁 대한문 앞 농성촌 철거를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구청은 12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쌍용자동차지부 김득중 수석부지부장,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과 만나 대화한 끝에 이날로 예정됐던 행정대집행을 취소했다. 중구청은 이날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철거를 진행할지 결정하려 했으나 시위단체에서 먼저 만남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구청 이종두 건설국장은 “농성촌 측에서 대통령 선거 이후 다시 만나 대화를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면서 “혹한기에 철거를 강행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라 집행을 미루는 대신 시위단체 대표들을 만나 구청 측 입장을 충분히 알렸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화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중구청은 “앞으로 노사 분규가 발생할 때마다 천막이 하나씩 늘어나 덕수궁 돌담길이 농성 천막으로 뒤덮이는 게 걱정된다”는 입장을 농성촌 측에 전달했다. 한편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농성촌에 모인 시위단체 대표들은 “천막이 미관을 해치고 통행을 방해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농성촌 철거 요구에 반발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덕수궁 돌담길에 천막을 친 시위단체들은 자진철거를 거부해왔다. 중구는 철거를 요청하는 1차 계고장을 지난달 19일 보낸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12일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겠다’는 계고장을 보낸 바 있다. 


사실 시청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날 철거 예고는 중구청의 '쇼'가 아니냐는 의견이 대세였다.

반신반의하면서도 만일 중구청이 정말 철거에 나선다면 이건 정말 큰일이기 때문에 일단 오전 10시에 대한문으로 갔다. 마이크를 잡은 문정현 신부가 조선일보 어쩌고 하면서 발언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익숙하다. 겁도 많고 애사심은 넘치던 수습 초기에 우리 회사를 잡아먹을 듯 씹는 사람들 앞에서 표정관리하면서 취재하는건 무지무지 어려운 일이었다.

대한문으로 가니 분홍바지에 초록색 야상을 입은 남자가 커다란 TUMI 배낭을 짊어지고 덜덜 떨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기동팀 중부라인 1진 모 선배였다. 선배는 "와 너도 왔냐? 이거 중구청이라 시청팀에서도 챙기지?"라며 뭔가 안도하는 눈치였다. 선배 옆에는 이번에 들어온 수습이 덜덜 떨면서 수첩을 뒤적이고 있다가 꾸벅 인사를 했다.

천막을 절대 철거할 수 없다는 발언이 이어졌고 수습은 그걸 메모했다. 한겨울에 중부라인에 있어봐서 안다. 집회에서 워딩 따는게 얼마나 고문인지. 손이 시리다 못해 손등이 알아서 터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된다. 손을 씻느라 물에 닿을 때마다 손이 눈물나게 쓰라리다. 수습의 손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중구청 건설교통국장한테 전화를 거니 오늘 철거 안한다는 말을 전했다. 예상대로였다. 선배는 "시청팀에서 중구청 조지는 기사 써야되는 것 아니냐"며 "아 시발 추워죽겠네"를 연신 내뱉었다.

얼어죽을 것 같은 날씨였지만 오랜만에 현장을 나오니 우울함이 훨씬 가라앉았다. 반가운 얼굴도 많이 보였다. 중부라인 지박령 트로이카 멤버였던 M방송의 S기자, 강남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던 S방송의 K기자, 인턴할 때 친했던 M방송의 K기자도 오랜만에 만났다. 일진 욕을 하면서 집회 취재하던 수습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는데 싫지만은 않았다. 다만 우리는 훨씬 더 닳고 닳은 모습으로 각자의 취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