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북촌방향' 슬프게 하는 것.
1. 더 이상 북촌을 그리워하지 않기로 했다. 북촌(정확히 소격동 일대)이 맛간거야 2000년대 후반부터 식상하도록 읊어대던 얘기지만, 단골집 세곳이 불과 반년만에 사라졌단 걸 알게 된 오늘은 분노를 억누를 길이 없다. 함께 늙어갈 줄 알았던 식당, 찻집이 없어진 곳엔 옷도 팔고 서해바다를 건너온 귀걸이도 팔고 아프리카산 커피도 파는 이상스런 가게들이 생겼다(하긴 정독도서관 앞에 키엘 부티크가 생긴 몇년전 이미 끝장난걸지도 모른다).
걷다가 지쳐서 들어온 그나마 눈에 익은 카페에선 티라미수 케익과 드립커피를 추천했다. 서울 다른 곳 어디선가에서도 파는 그 메뉴다. 생김새도 맛도 예상하던 그것이다. 값은 내가 비싼 커피의 대명사로 뽑는 P사 커피와 비슷하다.
북촌에서 망가지지 않은 곳은 윤보선 고택과 안동교회가 있는 골목과 그 골목 기준으로 서쪽에 위치한 화동과 계동 일대로 더욱 좁아졌다. 윤보선댁이야 아직도 절대 안 열릴 것같은 위압감 돋는 솟을대문이 버티고 있으니 별일 없을 듯하다. 안동교회 옆 건물들이나 계동 화동도 좀 불안하다. 확인은 안해봤는데 그 골목에 있는 뚝배기집 등등 밥집들의 안위도 궁금하다.
변태같은 기억력이 발휘될 때가 있다. 동네 추억팔이가 그런류였는데 완전 망했다. 뭐 남은게 별로 없다. 비싼 땅값 주고 맛없는걸 사먹는니 스타벅스 가는게 제일 이득인 곳이 되다니(근데 정작 동네 어귀 스타벅스는 문닫았다. 드럭스토어가 생긴단다). 김영한테 툴툴거렸더니 나이먹은 사람 같이 말한다고 뭐라했는데 정작 이게 나이 서너살 더 먹는 동안 벌어진 일이라는게 충격. 서태지는 소격동 노래를 쓰면서 소격동을 최근에 다녀가긴 했을까 등등 오만잡다한 생각이 들었다.
학원까지 째고 기분전환할 생각이었는데 망한듯. 그냥 얌전히 공부나 할걸 그랬다.
2. “기자를 보면 기자 같고, 형사를 보면 형사 같고, 검사를 보면 검사 같은 자들은 노동 때문에 망가진 거다. 뭘 해먹고 사는지 감이 안 와야 그 인간이 온전한 인간이다"
노동에, 밥벌이가 밀어내는 흐름에 온몸으로 저항하며 온전한 인간이길 유지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