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eidoscope/영화

[영화]브리짓 존스의 베이비(Bridget Jones's Baby, 2016) 시사회

AlixJ 2016. 9. 21. 21:03

1편과 2편이 해피엔딩으로 끝났기 때문에 브리짓이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줄 알았다. 눈 내리는 밤 몽블랑 매장 앞에서 키스씬, 부모님 리마인드 웨딩에서 같이 들러리를 서는 장면을 봤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예상했을 것이다. 어이없게도 3편의 첫장면은 다시 1편으로 돌아간듯 All by Myself가 흐르는 아파트에서 홀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브리짓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빨간 잠옷도, 지저분한 집도 똑같다. 브리짓의 얼굴에서 세월이 느껴진다는 점은 다르지만.

전편에서 방송사로 직장을 옮겼던 브리짓은 직장에서도 자리를 잡으며 어느덧 40대가 됐다. 함께 밤새도록 퍼마시던 친구들은 결혼을 했거나, 파트너를 구해 아이까지 여럿 생겼고. 일에 파묻혀서(?) 지냈던 모양. 뉴스 프로그램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그냥 그렇게 늙어가고 있던 중, 한꺼번에 풍파가 몰아닥친다.

록 페스티벌에서 만난 연애정보회사 CEO 잭 퀀트(패트릭 뎀시)와 사고를 치고, 친구 쥬드의 아이 세례식에선 어이없게도 전 남친 마크(콜린 퍼스)와 조우한다. 두 남자 중 한명의 아이를 임신한 상황에서, 직장에선 새파랗게 어린 상사에게 시달리게 된다. 졸지에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를 임신한채, 회사에서 짤릴 위기에 놓인 것.

'응답하라'식 아빠찾기를 빼놔도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많다. 임신 초기 갈팡질팡하던 브리짓이 점차 중심을 잡고 의젓해지는 모습, 새롭게 들이닥친 젊은 상사와 브리짓을 비롯한 올드멤버들의 갈등이 진행되는 과정 등등. 원래 이 시리즈에서 브리짓은 아무 생각없는 애처럼 웃기다가도 뼈있는 소리를 해서 깜짝 놀라게 할 때가 있었으니. 브리짓이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매끄러운 구석이라곤 없고, 만신창이가 될 위기에서도 어떻게든 행복을 건져내는 모습을 보면 그렇다. 완벽함과 거리가 먼 그녀이기 때문에 더 사랑스러운 것이다. 그냥 그녀 그대로(Just as she is).


.....여기까지는 진지한 리뷰


지난 9월 8일 홍대 롯데시네마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봤다. 올레이디즈 시사회로 진행돼, 시사회 관객의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영화 보는 내내 배아파서 죽을 뻔했다. 너무 웃겨서 옆에 앉은 친구 퍽퍽 치면서 웃다가 울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친구도 옆에서 끅끅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면서 웃고 있었다. 혼자 영화보러 가는거 좋아해도 꼭 누군가를 데려가서 봐야할 듯. 실성한 것처럼 웃게 만드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혼자 웃다가 옆사람이랑 눈 마주치면 민망할 것 같다.

웃김 포인트가 몇개 있는데 생각나는 장면만 스포없이 써보자면,


-브리짓의 직장동료이자 앵커인 미란다가 나오는 거의 모든 장면. 이분은 웃기려고 나왔다.

-록 페스티벌 장면. '스타벅스 가이'를 주목해야한다.

-갑자기 국뽕을 빨 장면이 나온다. 서울시민임이 자랑스럽다.

-산부인과 의사로 나오는 '엠마 톰슨' 대사가 은근히 터진다. 이분이 심각한 말투와 표정으로 무심한듯 시크하게 툭툭 던지는게... 대본 작업에 참여했다니 원래 이렇게 웃기는 분인듯.

-남주와 서브남주의 티격태격댐이 과열될 수록 보는 사람은 즐겁다. 눈도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