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기 <4>
2021년 3월 21일
<입원 1일차: 금식 시작>
입원날 당일 오전에 입원 안내 및 병실 배정을 알리는 전화가 왔다. 1지망인 부인과 병동 1인실에 배정이 됐다.
이날이 일요일이었는데 병원에 와보니 한산한 로비엔 나와 남편을 포함해 캐리어를 들고 모인 사람들만 많았다. 입원수속하는 곳으로 보호자와 가서 몇가지 서류를 작성하고 환자와 보호자 바코드팔찌를 받았다. 캐리어를 들고 줄 서 있으면서 마치 여행 가려고 공항에 줄 서있을 때 생각이 나서 새어나온 웃음이 씁쓸했다.
코로나 시국이라 다른 병원들도 많이들 그러하겠지만 서울성모병원도 병동 출입이 매우 엄격해졌다. 처음에 지정한 보호자를 중간에 교체하는건 불가능하고, 보호자도 병동에 같이 감금된다. 보호자가 지하 편의시설 이용 목적 증으로 병동 외 층으로 이동하려면 병동 간호사스테이션에서 외출증을 발급받아야 가능하다(엘리베이터가 6층에 서고 출입증 검사를 한다).
8층 부인과 병동 1인실 병실에는 화장실 겸 욕실, 데스크탑 컴퓨터, 보호자용 침대가 있는데 침구는 없다. 몇년 전 이 병원 다른 병동에 입원했을 때와 집기 구성은 같다.

다만 그 때는 북향이라 남산과 한강이 보이는 탁 트인 뷰였다면 이번엔 남향이라 서초동 법조타운뷰(...)였다는 점이 차이였달까. 병실 창 밖으로 서울중앙지법, 서울고검이 아주 잘 보였다. 다행히 우리집 보호자 양반의 서초동 라이프 ptsd를 불러일으키는 검은 건물(=중앙지검)은 병실에선 안 보이고 병동 휴게실에서야 아주 잘 보였다.


이동이 제한돼 있다보니 꼭 필요한 걸 챙겨가야 한다. 유용하게 썼던 준비물은 아래와 같다.
-입는 생리대: 수술 후 피가 나와서 꼭 필요.
-세면도구: 수술 후 양치 어려울 수 있으니 가글액도 챙겼는데 나는 통증이 안 심해서 안 씀.
-미스트: 병실이 매우 건조함.
-립밤: 물 못마실 때 입이 말라서 발라줘야 함.
-수건: 병실에 수건이 없고 건조해서 물에 적셔서 널어놓기도 좋음.
-마이비데: 관장할 때 꼭 필요함.
-보호자용 이불, 환자 및 보호자용 베개: 병실에 있는 베개는 매우 딱딱해서 좀 아팠음.
-빨대, 종이컵: 물 마실 수 있는 상태에서 음료 마실 때도, 금식 중 입 마를 때 생수로 입 헹구고 뱉을 때도 꼭 필요함. 막상 챙겨간 스트로캡이랑 텀블러는 거의 안 썼음.
-생수: 병원 매점이나 자판기에 팔긴 하는데, 블랙보리 한병, 생수 한병을 챙겨가 냉장고에 두고 잘 써먹었음.
-퇴원용 원피스: 수술 후엔 배에 닿는 자극을 줄이기 위해 퇴원할 때 입을 옷은 좀 펑퍼짐한 원피스가 좋음.
그 외에 자판기용 현금, 슬리퍼, 마스크, 곽티슈, 물티슈, 옷걸이는 아주 유용했다. 이어폰 및 각종 노트북이나 태블릿, 책 등 심심풀이용품, 수술 후 금식 풀리면 음식이 잘 안 먹힐 걸 대비해 푸딩류나 연한 과일도 챙겨도 좋을 듯.
이날 저녁 식사로 미음이 나왔는데 거의 걸렀고 오후 8시부터 물도 못먹는 금식이 시작됐다.
저녁 식사 이후에 IV(정맥주사) 라인을 잡아주셨다. 이게 주사바늘이 굵어서 꽤 아팠다. 18G(굵기 1.2mm)짜리로 기억하는데 한번에 찔러주시긴 했는데 손목뼈 위라 아프긴 했다.
밤 늦게 처치실에 가서 제모를 했고(부위는 넓지 않았음), 좌약을 넣는 관장을 한번 했다. 좌약을 넣고 최소한 10분 참고 화장실에 가라고 하셨는데 10분이 매우 길었다.
병원에서의 첫날 밤은 그렇게 기진맥진한 상태로 지나갔다.